최악의 상황은 끝난 것일까.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내렸던 경남 거제시의 아파트 값이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워낙 크게 내린 것에 대한 반작용에 조선업황이 회복한 영향으로 보이는데, 아직은 반등을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20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거제시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06% 오르면서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작년까지만 해도 거제시는 지방 부동산 침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도시였다. 거제시에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큰 조선소와 협력업체가 밀집해 있다. 조선 경기 침체 여파로 고용 인원이 줄고 집값도 속절없이 하락했다.

경남 거제시의 한 아파트 단지.

지난해 거제시 아파트 값은 24.23% 하락했다.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두 번째로 많이 떨어진 울산 동구가 14.43%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거제시 아파트 값이 얼마나 많이 내린 건지를 짐작할 수 있다.

아파트 값이 떨어지다 보니 거제시는 올해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공시가격을 크게 올린 영향도 덜 받았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적으로 5.32% 상승했다. 서울은 14.17%나 올랐지만, 거제는 전국에서 가장 큰 폭(-18.11%)으로 내렸다. 공시지가의 경우에도 전국이 평균 8.03% 오르고 서울은 12.35%가 오르는 동안 거제시는 1.68% 오르는 데 그쳤다. 전국에서 네 번째로 낮은 상승률이다.

그러던 거제시 아파트 시장 상황은 올해 3월을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3월 첫째 주 아파트 가격이 전주 대비 0.03% 반등하더니 15주째 하락한 적이 없다. 6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다 4월 셋째 주 잠시 보합으로 내려왔고, 다시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오름세를 타기 직전인 2월 말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거제시 아파트 값은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은 1.34%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6~8월 입주물량이 없어 공급 증가에 따른 변수가 적고, 전세금도 상승세로 돌아선 것 등을 볼 때 시장 환경도 나쁘지 않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거제 아파트 값이 오른 가장 큰 이유로 그동안 너무 많이 내린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본다. 조선업황이 다소 회복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017~2018년 일감이 크게 줄면서 인력 구조조정과 협력업체 도산으로 도시를 떠나는 사람이 많았지만, 올해부터는 업황이 다소 좋아지며 고용 인원이 다시 늘고 있다"면서 "현장 인력이 부족해 일부 지역에서는 채용박람회를 열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계속 오르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작년까지 아파트 값이 너무 많이 내린 지역이다 보니 반등이 나온 것"이라면서 "하지만 거래가 많지 않아 아직은 상승세가 이어지리란 확신을 갖기 어려운 터라 투자수요로 접근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특히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것 등도 추가로 거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보통 기업이 합병하면 중복되는 협력업체가 일부 정리되면서 고용 사정이 나빠지고 부동산에도 하락 요인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조선업체가 있어 사정이 비슷한 울산 아파트 값은 아직 회복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울산의 아파트 값은 올해 들어서도 3.73% 내렸다. 다만 박 위원은 울산의 경우 내년 이후에 부동산 시장 사정이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올해 1만1000가구에 달하는 입주량이 내년에는 2000가구로 크게 줄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