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심사를 강화해 아파트 고분양가 규제에 나서자 후분양을 선택하기 어려워진 단지들이 고민에 빠졌다.

선분양을 강행하자니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하고, 후분양을 하자니 막대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조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동작구 사당3구역 조합 측에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의 3.3㎡당 일반분양가를 2813만원으로 최종 통보했다.

사당3구역 조합이 처음 HUG에 제시한 분양가는 3.3㎡당 3250만원으로 HUG가 내놓은 것보다 약 419만원 높다.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지난 3일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분양가 협상이 어려워 분양이 미뤄졌던 적이 있다. HUG가 통보한 가격을 조합이 승인하고 HUG가 보증서를 발급하기 전까지 분양가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이 들어서는 사당동 일대는 근처에 동작1구역, 사당5구역, 흑석3구역, 방배5구역 등의 정비사업이 예정돼 있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가 결정되면 주변 단지 분양가 책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HUG 분양가 규제에 후분양제 도입을 검토하는 단지도 있지만, 조합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우성’은 지난 12일 조합원 총회에서 후분양제 도입을 논의했지만, 자금 조달 부담 등으로 결정이 유보됐다.

투표 결과는 선분양제를 지지하는 표가 근소하게 앞섰지만, 개표 후 집계해보니 선분양과 후분양을 찬성·반대하는 표 모두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했다.

분양가 새 심사기준.

강남을 중심으로 후분양 선택하는 단지들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라클래시’는 후분양을 추진할 예정이다. 래미안 라클래시는 당초 6월에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HUG가 지난 6일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 기준’을 변경하자 후분양을 결정했다.

HUG가 서울 등 전국 고분양가 관리지역 분양가를 심사할 때 상한 기준을 기존 110%에서 100~105%로 조정해 인근 지역에서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가 있으면 같은 수준으로, 1년 초과는 105%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래미안 라클래시가 HUG의 새 심사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 4월 분양한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평균 분양가(3.3㎡당 4569만원)를 넘을 수 없게 된다.

서울 신반포 3차‧신반포23차‧반포경남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하는 ‘래미안 원베일리’도 일반분양 약 500가구를 후분양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흥행이 보장되지 않으면 미분양 우려도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으로도 입지가 좋은 곳만 후분양이 추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래미안 라클래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강남의 새 아파트라는 희소성이 있어 금융비용과 사업성 리스크 등을 감안해 후분양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파트를 다 짓고 분양할 때도 충분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입지와 대기 수요자, 자금 조달 능력 등을 모두 갖춘 단지들이 후분양을 추진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