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점차 낡아가는 기반시설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2023년까지 매년 8조원씩 총 32조원이 투입하기로 했다. 국비는 20조원이 투입되며, 그외 공공과 민간이 12조원을 부담할 예정이다. 중대형 사회간접시설(SOC)과 상하수도 등 공공이 관리하는 시설물뿐 아니라 통신구·가스관 등 그간 사각지대에 있던 민간 관리 시설물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해 일관된 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18일 국무회의를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서울 일부 지역 통신망을 마비시켰던 KT 통신구 화재를 비롯해 백석역·목동 열수송관 파열 등 노후 기반시설에 대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정부도 국토교통부 등 8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해왔다.

지난 9일 인천 서구의 한 주민이 설거지 그릇을 통에 담고 생수를 붓고 있다. 싱크대에 대용량 생수가 쌓여 있다. 이날로 11일째 붉은 수돗물이 나오고 있는 서구와 중구 영종동 일부 주민들은 생수로 거의 모든 일상을 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반시설은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던 1970년~1980년대에 주로 만들어진 만큼 최근 급속하게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중대형 SOC의 경우 건설된 지 30년이 지난 시설 비율은 저수지(96%), 댐(45%), 철도(37%), 항만(23%) 등으로 높은 수준이다. 지하시설물의 경우 상대적으로 설치된 지 30년 이상 지난 시설물 비율은 낮지만, 송유관·통신구 등은 설치 후 20년 이상 된 비율이 90%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관리비용 급증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원화된 관리 가이드라인이 없어 시설물마다 관리가 제각기 이뤄졌다는 문제도 있었다. 한 예로 중대형 SOC와 상하수도, 공동구는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공공이 관리하고 있으며 그외 지하시설물은 일부 공공기관이나 민간이 관리하며 관리 방식도 각기 다르다. 통신구나 가스관은 전부 민간사업자가 관리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의 경우 노후 상수도관이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지자체가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교통SOC·방재시설 C등급 이상 관리…"연간 8000여개 새 일자리 창출"

대책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3년까지 노후 기반시설 관리 강화에 연평균 8조원, 총 32조원이 투입된다. 국비는 5조원, 그외 공공·민간은 3조원 내외를 차지할 전망이다. 노후 기반시설에 대한 국비투자는 지난 2015~2018년 연평균 3조4000억원이 이뤄졌고,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안 4000억원을 포함해 4조4000억원이 투입되는데, 내년부터 투입금액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늘어난 투자를 바탕으로 정부는 도로·철도·항만 등 교통 SOC와 사고가 발생할 때 피해가 큰 댐·하천·저수지 등 방재시설의 안전관리 상태를 C등급(보통) 이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도로는 사고 다발지역 보행자 통행시설 개선, 노후 도로 포장 개량 등도 병행하고, 철도시설도 지속 개량해 지난해 34.6%였던 노후화율을 2022년 30%까지 줄일 예정이다.

송유·가스·열수송관 등은 시설별로 수립되는 관리계획과 최소유지관리기준에 맞춰 관리 주체의 안전투자 확대를 유도한다. 화재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통신구와 전력구 내 케이블은 난연재로 전환할 예정으로, KT가 내년까지 2년 간 520억원을 투입하고, 한국전력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194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노후 상수도도 교체되거나 개량이 추진된다. 개량 대상 광역상수도 922㎞ 중 2020년까지 381㎞(41%), 2027년까지 835㎞(84%)를 개량한다는 계획이다. 노후 지방상수도의 경우 재정이 열악한 군지역 15곳에 대해 우선 내년까지 정비를 마치고, 시 지역은 2021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역의 민간사업자가 관리하는 가스·열수송관에 대해선 국비로 융자지원을 함께 추진한다. 안전투자 촉진을 위해 기업이 안전장비와 시설에 투자 시 세액공제 대상으로 포함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실적으로 반영하도록 한다. 범정부 TF 단장인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총 32조원의 안전투자가 이뤄지면 올해 대비 연간 약 8000여개의 새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시설물 내년까지 긴급 보수보강…관리 가이드라인 수립

긴급보수가 필요한 지하시설물에 대해선 내년까지 보수보강을 진행한다. 올해 1월까지 진행된 긴급점검과 지난 2~4월 진행된 국가안전대진단 결과에 따라 보수가 시급한 열수송관·가스관·송유관·전력구·통신구 등 지하시설물이 대상이다. 준공 후 20년이 지난 지하시설물은 5년마다 정밀안전점검을 시행, A(우수)~E(불량)등급까지 5단계로 안전등급을 부여해 관리를 강화한다.

그간 미흡했던 관리감독체계도 수립한다. 통신구와 송유관 등 중요 민간시설을 포함, 총 15종 시설을 ‘기반시설관리법’ 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내년 6월까지 중장기 기본계획 및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시설별로 최소유지관리 공통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기반시설관리법상 기반시설은 공공시설만 포함돼 있는데,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공공성이 높은 민간시설도 포함할 계획이다.

또 시설안전공단과 건설관리공사를 올 하반기 통합, 국토안전관리원(가칭)으로 재출범시켜 시설물 유지관리, 시설물 통합관리시스템까지 안전관리를 전담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밖에 15종 기반시설의 노후도와 점검·보수 이력을 데이터베이스(DB)화 하고, 지하시설물과 구조물, 지반 등의 정보를 연계한 지도인 전국단위 지하공간통합지도를 2023년까지 구축한다. 민간이 관리하는 통신구나 전력구, 송유관 정보도 여기에 함께 포함된다.

박 차관은 "KT 통신구 화재사고,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와 같이 기반시설 노후화에 따른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종합대책을 조속히 이행하고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