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부동산시장에 묘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금리가 인하되면 금융비용이 낮아지는 만큼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는 사례가 많은데, 지금은 규제로 묶여 어떤 방향으로 튈지 선뜻 예측하기 어렵다. 기준금리 인하가 잠잠하던 시장을 지피는 불쏘시개가 될지, 아니면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부동산 수요자들도 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을 두고 있다.

강남4구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매매거래도 늘어나며 시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최대 규모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 시티' 단지 위를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통화정책은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수출부진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4%를 기록하며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자 그동안 금리 인하 반대를 고집하던 태도를 바꾼 것이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경제가 나빠질 우려가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1.75%로 6개월째 제자리다. 시장 관계자들은 만약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린다면 이르면 8월, 늦어도 9월 정도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낮을수록 대출금리도 낮아지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게 수요자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최근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최경환 전 부총리가 2014년 7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와 60%까지 올렸을 때, 한은은 8월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인하했고, 10월 2%까지 추가 인하했다.

당시 곧바로 부동산시장 부양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는 2015년부터 시작된 ‘빚내서 집사자’는 열풍의 바탕이 됐다. 실제로 2014년 6월 5274건에 그쳤던 서울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9월 9830건까지 치솟았고, 2015년 3월 1만5543건까지 늘었다.

현재 주택시장은 당시 분위기와 많이 다르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소강상태였던 부동산시장은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매가가 종전보다 높은 아파트가 거래되고 내림세도 멈추는 등 꿈틀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촘촘한 금융규제로 틀어막혀 있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현재 서울 기준으로 LTV와 DTI가 각각 40%인 데다, 신(新) 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금융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빚을 내서 집을 사기가 쉽지 않다. 전세가 하락과 매매가 상승으로 격차(갭)가 크게 벌어진 것도 주택 투자가 늘어나는데 부정적인 요인 중 하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금리가 인하됐다고 해서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시장참여자들이 어떻게 해석하느냐, 즉 시장민감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집값이 짧은 시간에 급등한 데 따른 부담감과 거시경제 불안, 갭 투자 여건 악화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로 거래량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