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 성장률 '2.5% 내외'로 조정 유력
민간보다 높은 전망치…'경기인식 낙관' 논란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수정된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5% 내외’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6~2.7%’인 성장률 전망치를 0.1~0.2%p(포인트) 하향 조정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2%초반으로 예상한 대다수 경제연구기관들의 ‘눈 높이’보다는 위에 있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마이너스(-0.4%) 성장을 감안할 때 연간 2.5% 이상 성장 전망은 하반기 빠른 경기반등을 예고한 셈이기 때문에 경기인식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경제 전망에 대한 정부의 이중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에 추가경정예산 통과를 요구할 때는 ‘경기하강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정부 공식 경제전망에는 경기회복에 무게중심을 두는 엇갈린 시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기진단에 경제 외적인 정무적인 판단을 고려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경제실정(失政) 주장 때문에 전망치 하향 조정에 소극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단의 대책" 언급하고도 성장률 전망 ‘찔끔’ 내리나

17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발표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 내외’로 제시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률 전망치 외에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현재의 640억달러에서 600억달러로,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6%에서 1.0% 수준으로 낮추는 방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경제 관련 국책·민간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성장률, 고용, 수출 등 여러 경제 지표에 관해 한번 더 짚어보고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예상하지 못했던 -0.4%까지 추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2%중후반대(2.6~2.7%) 성장률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월 14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구기관장 간담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2.5% 이내’의 성장률 전망치는 다수 경제연구기관의 전망치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쇼크 후 다수 전망기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초반으로 낮췄다. 2012년(2.3%)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 전망된다는 게 경제계의 상식이다. JP모간(2.4%), 일본 노무라증권(1.8%) 등 글로벌 IB들은 물론이고, LG경제연구원(2.3%), 금융연구원(2.4%) 등 국내 연구기관도 2%초반 전망을 내놨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공식 전망치를 2.4%로 제시했지만, 언론 브리핑에서 "미·중 무역갈등 양상이 확대될 경우 2.2%까지 성장률이 후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이 때문에 2.5% 내외로 제시될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정부가 하반기 이후 빠른 경기반등을 기대하고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성장률이 2.5%에 이르기 위해서는 2분기 성장률이 전기비 1.5%까지 올라와야 하고, 하반기에는 분기별 1.0% 가량 성장률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난 5월 수출이 전년대비 9.4% 감소하는 등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수출’이 지속된 것으로 확인된 이후 올해 2% 중반 이상 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2일 "미·중 무역분쟁이 점점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 같고, 반도체 경기도 상반기가 다 지나갔는데 당초 예상보다는 회복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근거로 한은이 오는 7월 수정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정무적인 판단으로 경제 전망하나" 의구심 증폭

이런 이유로 정부가 경제 전망에 경제 외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우선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우리의 (연간성장률) 목표는 적어도 2.5∼2.6% 정도로 앞으로 더 만회해나가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KBS 인터뷰 내용이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KDI 등 주요 연구기관의 성장률 전망치

정부가 공식적인 경제전망을 이보다 낮은 2.4% 수준으로 제시했을 경우 야당의 경제실정 주장에 이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6월 국회에서의 추경 심의 참여 전제 조건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 문재인 정부 경제실정에 대한 국회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경제인식에 이중적인 태도를 나타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반기 경기하방 리스크를 강조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브리핑 말고도,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4일 "민간설비 및 건설투자가 부진해 하반기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경기 측면의 하방 위험을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 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야당에 추경안 통과를 요구할 때도 경기하방 리스크 확대 등을 언급했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 성장률 전망치가 2.5%를 포함한 2% 중반으로 제시될 경우 현재 전망치보다 0.1%p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경기하방 리스크가 엄중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등 고위 당국자 발언과 괴리가 생기게 된다"면서 "정부가 민간에 비해 낙관적인 인식을 고수하면서도 기업 등에 ‘경기활력을 위한 투자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자기모순에 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