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리는 치료제 '비아그라'가 내년 미국 시장에서 특허가 만료된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비아그라는 1998년 5월 출시돼 3개월 만에 4억달러(약 4700억원)어치가 팔렸다. 지난 20년간 연간 평균 18억달러(약 2조1300억원) 매출을 기록한 제약업계의 블록버스터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비아그라의 특허 만료가 임박하면서 그 자리를 두고 후발 주자 간 신제품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2조3200억원이다. 세계 시장(5조7000억원)의 41%다. 국내에서는 2012년 비아그라 특허가 끝나자마자 70여 가지 복제약이 나와 이미 비아그라 매출을 넘어선 제품도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신제품이 비아그라와 같은 효력을 보이면서도 기존 약의 부작용과 내성 문제를 해결하면 지금보다 더 큰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2020년대 중반 전 세계 발기부전 환자는 3억명을 넘을 전망이다.

5분 만에 효과 나타나는 약 등장

비아그라는 혈관을 확장한다. 이에 따라 고혈압 환자는 복용하기 어렵다. 또 당뇨병이나 전립선암 수술로 신경이 손상된 중증 환자는 비아그라가 듣지 않는다. 새로운 치료제는 부작용을 극복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제2의 비아그라에 가장 근접한 것은 영국 푸투라 메디컬이 개발한 '이록손(Eroxon)'이다. 비아그라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 초 심장 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던 중 부작용으로 환자의 문제가 치료되는 것을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 이록손은 비아그라와 달리 먹는 알약이 아니라 젤 형태의 바르는 약이다. 소화기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혈관에 작용해 반응 시간이 훨씬 빠르다.

비아그라는 복용 후 30분 정도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지만 이록손은 230명 대상 임상시험에서 44%가 5분 만에 효과를 봤다. 길어도 10분이면 됐다. 다른 약을 복용하는 환자도 안전하게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회사는 올해 안으로 유럽인 1000명 대상 임상 3상 시험을 끝내기로 했다. 내년에는 미국에서도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거미 독(毒)을 이용한 젤 제품도 개발됐다. 브라질 연방 미나스제라이스대 연구진은 지난 3월 "아마존에 사는 브라질떠돌이거미의 독 성분을 모방한 물질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인공 독 성분을 미량 함유한 젤을 개발했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다른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다른 연구진은 같은 거미 독 성분을 함유한 젤로 비슷한 효과를 얻는 데 성공했다.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충격파, 유전자 치료 등 신종 치료법도

약이 아닌 방법으로 치료하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비아그라는 계속 쓰면 약효가 예전 같지 않은 내성(耐性) 문제가 발생한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연구진은 약 대신 충격파로 치료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진은 음파 형태의 충격파가 신생 혈관 성장을 유도하고 혈관에 쌓인 혈전을 청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데, 당뇨나 고혈압으로 인한 환자에게서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상용화되면 지금처럼 약을 계속 먹을 필요 없이 일 년에 한두 번 병원에 들러 시술을 받으면 된다.

장기적으로는 유전자 치료로 해당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길도 열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미국 의료 보험사인 카이저 퍼머넌트의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해당 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에릭 요르겐슨 박사 연구진은 미국인 3만6649명 대상 설문 조사와 유전자 분석을 통해 6번 염색체의 특정 위치에서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가 다른 형태로 뒤바뀐 변이를 찾아냈다. 스위치를 찾아낸 셈이다. 요르겐슨 박사는 "최근 각광받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해당 유전자 변이를 교정하면 평생 약이나 시술 없이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