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향하는 '탈(脫)한국'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올해 1분기(1~3월) 해외 직접투자액이 38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각종 규제를 벗어나 해외로 떠나는 데다, 미국의 관세 부과를 통한 보호무역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생산 기지를 아예 미국으로 옮기는 대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1분기 해외 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외 직접투자액은 141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97억4000만달러) 대비 44.9% 늘었다. 분기별 통계치를 낸 1981년 이래 가장 많은 액수다. 기재부는 "기업들이 현지 시장 판매 확대를 위해 미국 등의 대형 M&A(인수 합병)나 생산 시설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국내 투자는 계속 쪼그라드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4%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2009년 1분기(-19.0%)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감소세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으로 노동 비용은 증가하는데, 기업 규제는 풀리지 않아 한국에서 사업하기를 꺼리는 것이다.

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마저 줄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신고 금액 기준)는 올 1분기 31억7000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7%나 줄었다.

특히 제조업체들의 '코리아 엑소더스'는 양질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는 2018년 4월 이래 1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기업 처지에서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것은 마치 한국과 '이혼'하는 것처럼 큰 결단"이라며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한국 경제가 무너지는 증거가 나온 셈이니만큼, 반(反)기업 정책부터 시급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