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몰 매출 미미해 실효성 의문...소비 트렌드 역행한다는 지적도

더페이스샵 홈페이지에 온라인 쇼핑 서비스 종료 안내문이 떠있다.

LG생활건강(051900)이 지난 7일 로드숍 브랜드 더페이스샵과 자사 브랜드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의 온라인 직영 쇼핑몰을 폐쇄했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홈페이지에 안내문을 띄우고 "회사 내부정책으로 인해 온라인몰이 2019년 6월 7일자로 구매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이들 직영몰은 상품 소개와 오프라인 매장 안내 등을 위한 홈페이지로 활용되고 있다.

회사 측은 온라인 직영몰 폐쇄는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LG생건 관계자는 "온라인 등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커짐에 따라 지난해 오픈마켓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이달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더페이스샵 가맹점은 261개, 네이처컬렉션 가맹점은 322개다.

더페이스샵은 2005년부터 온라인 직영몰을 운영해 왔다. 초기에는 반발이 없었지만,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고 화장품 로드숍의 불황이 시작되면서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해 더페이스샵 매출은 4873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2016년(6498억원)보다 20% 줄었다.

점주들은 매출 부진의 원인을 본사의 온라인 사업 강화로 꼽았다. 쿠팡 등 이커머스와 온라인몰 등에서 할인 판매를 진행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LG생활건강은 오픈마켓 판매를 철수했지만, 본사와 계약되지 않은 비유통 판매가 여전히 성행하면서 점주들의 불만은 계속됐다.

지난 3월에는 온라인 직영몰에서 가맹점 공급가보다 낮은 가격에 화장품을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토니모리 소속 5개 화장품 브랜드 로드숍 가맹점주들이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이하 화가연)를 출범했다. 화가연 측은 본사가 직영몰과 대형 온라인몰에 가맹점에는 공급하지 않는 인기 제품을 팔거나, 같은 제품을 더 싸게 내놓으면서 가맹점이 ‘전시장’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LG생활건강이 자사 브랜드 편집숍으로 운영하는 네이처 컬렉션도 온라인 직영몰을 폐쇄했다.

LG생활건강이 온라인 사업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화장품 업체 한 관계자는 "상징성은 있지만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화장품 업체들이 자사 온라인몰에서 거두는 매출 비중이 적기 때문이다.

소비 트렌드를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했다. 한 20대 여성 고객은 "그동안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주문해 왔는데, 굳이 오프라인 매장까지 가야 한다면 다른 제품으로 갈아탈 의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가맹점주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더페이스샵 가맹점주 박모씨는 "면세 화장품 불법유통 등 비정상적으로 유통되는 오픈마켓의 할인 판매를 통제해 달라는 게 점주들의 요구"라며 "직영몰 폐쇄는 해결책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다른 점주도 "온라인 쇼핑몰 중단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지면 회사와 점주 모두 힘들어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가맹점주와의 갈등은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이니스프리·아리따움·에뛰드 등 로드숍의 온라인 매출을 가맹점주와 나누는 ‘마이샵’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고객이 특정 오프라인 매장을 지정하고 온라인 직영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해당 매장과 판매 수익 일부를 나누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제품을 해당 오프라인 매장에서 반품할 수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직영몰 규모가 크지 않아 점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적지만,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방법론을 연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장 시대에는 멀티채널 전략이 필요하지만, 성장 이후에는 브랜드 자산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LG생활건강의 이번 조치는 분산된 유통 채널을 정비하고 브랜드 관리에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