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퇴직한 정모(61)씨는 서울 연남동에 대지면적 200㎡의 단독주택을 사들여 '셰어하우스'로 꾸몄다. 은행 대출 6억원을 포함해 16억원에 집을 구입한 뒤 1억8000만원을 더 들여 휴게실, 헬스장, 주방, 공부방 등을 꾸몄다. 정씨는 현재 이 셰어하우스에서 매달 1000만원 정도 수입을 얻고 있다.

최근 노후 대책으로 빈방을 2030세대 직장인이나 대학생, 외국인 관광객 등에게 임대하는 셰어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여러 명이 넓은 주택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거 방식이다. 각자 방은 따로 쓰고 거실이나 주방, 화장실 등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부동산 앱(애플리케이션) '다방'의 지난 4월 임대료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셰어하우스 1인실의 월 임대료는 49만원 수준이었다. 2인실도 42만원에 이른다. 방 2~3개를 셰어하우스로 운영하면 월 150만원 안팎의 임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학생이 많은 연남동이나 외국인이 많은 한남동,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 등이 최근 셰어하우스 인기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갖고 있는 자산인 집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살고 있는 집 활용해 소득 창출하자

내 집 한 채가 있다면 자식들에게 남긴다고 생각하지 말고 정씨처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찾아보면 셰어하우스 외에도 제법 다양한 방법이 있다. 주택 연금 가입, 주택 임대 등도 좋은 방법이다.

주택 연금은 60세 이상 은퇴자가 자기 집을 담보로 맡기고 그 집에 평생 살면서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매달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받는 제도다. 나중에 주택 가격이 떨어져도 처음 가입할 때 산정된 연금액을 받을 수 있어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구세주로 인정받고 있다. 2007년 도입 이후 누적 가입자가 6만명을 넘었다. 부부 중 한 명이 만 60세 이상이고 부부가 소유한 주택의 가격이 총 9억원 이하면 대상이 된다. 3억원 상당의 주택을 가진 70세 은퇴자가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매달 89만원 수준의 연금을 평생 받을 수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오피스텔이나 원룸에 투자하거나, 작은 집으로 이사한 뒤 주택 전체를 임대하는 방법도 있다. 전국 오피스텔의 평균 수익률은 연 5% 수준인데 이 정도 임대 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면 어지간한 금융 투자보다 낫다. 10가구짜리 다가구 원룸에 투자해서 원룸 1개당 월세 50만원을 받는다면 매달 월세 수입이 500만원 정도다. 공실률이나 수선비 등을 고려해도 연 5000만원 안팎의 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

◇있는 자산 잘 지키자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은퇴자들을 보면 은퇴 후 사업 실패, 투자 실패로 치명적인 자산 손실을 입을 경우가 많다. '버는 것은 어려워도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라는 말처럼 갖고 있는 자산은 절대적으로 잘 지켜야 한다. 조금 더 벌겠다고 무리하다가 크게 잃을 수 있으므로 무조건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여 보수적으로 자산 관리를 해야 한다. 위험 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폐업을 신고한 90만8076명 중 58%가 3년도 못 버티고 폐업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이상 가게를 유지한 비율은 13%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상담 사례를 보면 치킨, 피자 가게 못지않게 폐업이 많은 아이템이 커피숍이다. 많은 은퇴 노부부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후 우아하게 은퇴 생활을 할 목적으로 택지 개발 지역에 커피숍을 여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로는 주의해야 할 아이템이다.

◇연금을 우습게 봐선 안 된다

또 갖고 있는 연금을 우습게 봐선 안 된다. 노후에는 부동산 등 유동성이 취약한 자산보다 조금이라도 매달 돈을 받을 수 있는 연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할 수 있다. 소위 '노후 소득 3총사'라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저축을 꾸준히 적립하면 충분히 적정 금액 이상으로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 근로자들은 개인연금저축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도 중도 인출 비율이 높다. 사업자들은 퇴직금이 없는 데다 소득 신고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국민연금 수령액이 적은 경우가 많다.

개인연금저축과 IRP퇴직연금을 활용해서 매년 적어도 700만원은 꾸준히 쌓는 게 세액 공제 혜택도 극대화하고 노후 소득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여기서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연금보험 등도 추가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은퇴하면 당장 많은 '결핍'에 직면하게 된다. 부족함을 메우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부족함이 인생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노후 생활비에 대한 걱정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되기도 한다. 100세 시대가 위기가 아니고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틈틈이 준비해보자. 준비된 자에게는 위기조차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갖고 있는 자산을 어떻게 지키고 효율을 극대화하느냐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