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비시장 견인력 부족으로 승용차 산업 발전도 낮은 사회주의 국가
개혁개방후 승용차에 대한 수요 높아진 中, 체면 중시 풍조에 외제차 인기 높아

항공, 우주, 군수 분야에서 앞서갔던 사회주의 국가들이지만 상대적으로 승용차 산업은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다.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는 집권층을 제외한 일반 시민들이 승용차 산업을 견인할 소비시장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 하겠다. 소련에서 가장 큰 승용차 생산 조직이었던 바즈(ВАЗ)의 유명했던 쥐굴리(Жигули) 승용차도 적당한 성능에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 자동차로 소련∙동유럽용에 그쳤다.

바즈(ВАЗ)는 ‘볼가강(Волжский)의 자동차(Автомобильный) 공장(Завод)’이라는 의미이다. 쥐굴리도 볼가강 근처의 산과 도시 이름이다.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급하는 공산품을 만들어 내는 조직의 이름은 ‘지역이름, 숫자, 그리고 무슨 공장’ 대개 이런 식이었다. 중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지금은 기업으로 변신하여 유명한 치약, 세제 등을 판매하는 생활용품 회사가 과거에 ‘여수 57 화학 공장’이었다. 북한도 비슷하다.

쥐굴리 승용차를 해외에 팔아 보려니까 외국인들이 발음하기도 어렵고, 또 ‘제비족’이라는 뜻의 지골로(Gigolo)를 연상하게 하여 브랜드를 라다(Lada)로 바꾸었다. 라다는 ‘바이킹의 긴 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라다 승용차에 바이킹의 긴 배 심볼이 붙어 있다. 쥐굴리는 태동때부터 소련의 독자적 내연기관 기술이 아니라 서유럽 회사와 제휴하여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라다 브랜드와 바즈 회사는 구소련 해체 이후 아예 서방 기업에 매각되었다. 체코의 유명한 스코다 승용차도 서방 기업에 매각되었다.

소련에서 가장 큰 승용차 생산 조직이었던 바즈(ВАЗ)의 유명했던 쥐굴리(Жигули)의 수출용 브랜드 라다(Lada). ‘바이킹의 긴 배’ 심볼이 붙어 있다. 바즈(ВАЗ) 회사와 라다 브랜드는 구소련 해체 이후 서방 기업에 매각되었다.

그래도 군수 산업과 연계되어 있는 트럭, 4륜 구동차, 6륜 구동 버스 등을 생산하는 카마즈(КамАЗ)는 건재하다. 카마즈의 이름도 소련식으로 ‘카마강(Камский)의 자동차(Автомобильный) 공장(Завод)’에서 비롯되었다. 카마즈는 사하라 사막을 건너 서부 아프리카 세네갈까지 가는 파리-다카르 랠리같은 세계적인 험로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자주 우승을 할 정도로 기술력이 검증되었다. 지금은 국영 기업의 형태이다. 푸틴은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한 후에 카마즈 트럭을 직접 운전하여 크림 반도로 넘어가는 장면을 연출했다. 힘있는 카마즈와 근육질의 자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소련은 쥐굴리를 생산하기 한참 전부터 집권층을 위한 승용차를 만들었다. 지스(ЗиС)가 그것이다. 지스는 ‘스탈린의 이름을 기념한(имени Сталина) 공장(Завод)’이라는 의미이다. 말 그대로 스탈린이 타고 다니는 차량을 만들었다. 1948년형 7인승 리무진 지스는 스탈린에 의해 북한으로 보내져 김일성의 전용 차량으로 쓰였다고 한다. 개인숭배를 강요하고 철권 통치로 일관했던 스탈린의 사망 후에 흐루쇼프는 승용차 이름을 원래의 질(ЗиЛ)로 바꾸었다. 질은 ‘기술자 리카쵸프의 이름을 기념한(имени Лихачёва) 공장(Завод)’이라는 의미이다.

러시아의 푸틴은 집권 초기에 독일제 차량을 타고 다녔다. 그러다가 러시아 지도층을 위한 새로운 차량 제작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러시아 국립 자동차 과학 연구소(НАМИ)가 개발했다. 차량의 이름은 ‘아우루스 세나트(Аурус Сенат)’. 푸틴 자신이 타고 다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판매한다. 일반인용 차량 가격은 우리돈으로 2억원 가량이다.

구소련이 해체된 이후 러시아에는 권력을 배경으로 한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 등 각종 부자들이 생겨났다. 겨울이 길고 눈과 얼음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러시아는 아스팔트가 견디지 못해 움푹 파인 곳이 많고 도로 사정이 안 좋아서 원래 차 바닥의 높이를 더 높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자들은 차 바닥이 낮은 고가의 스포츠카를 과시용으로 구입해서 차 바닥이 도로에 긁히는 것을 아랑곳 하지 않고 타고 다닌다.

중국 제일 자동차(일기∙一汽)에 의해 생산되고 있는 홍기(红旗). 차량 앞 부분의 후드 엠블렘이 붉은 깃발이다. 국가주석을 비롯한 집권층과 외빈용으로 사용된다.

중국에서는 전용차를 좌가(座驾)라고 한다. 소련에서 질(ЗиЛ)이나 지스(ЗиС)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중국에서도 전용차 개발에 착수했다. 1958년 중국 집권층 최초의 전용차 ‘홍기’가 중국 제일 자동차(일기∙一汽)에 의해 생산되었다. 홍기(红旗)는 중국 국기의 이름이면서 1958년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중국 공산당의 사상 정기 간행물이기도 했던 의미있는 이름이다. 지금도 국가주석을 비롯한 집권층은 홍기를 타고 다닌다.

중국은 개혁개방후 승용차에 대한 수요가 한껏 높아졌는데, 남들에게 보여지는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에게 외제차는 인기가 높다. 개혁개방 초기에 리스크를 감수하고 중국 시장에 합작 법인으로 진출한 독일의 폴크스바겐-아우디 그룹과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중국은 2010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 되었다.

중국은 본토 자동차 회사들을 글로벌 회사와 합작하도록 하여 기술을 습득했다. 중국에서 제너럴 모터스 브랜드는 직역하여 통용(通用)이고, 폴크스바겐 브랜드는 직역하여 대중(大众)이다. 상하이 자동차와 제너럴 모터스의 상하이 통용(上海通用), 상하이와 폴크스바겐의 상하이 대중(上海大众), 일기와 폴크스바겐의 일기 대중(一汽大众), 일기와 아우디의 일기 아오디(一汽奥迪), 베이징과 벤츠의 베이징 번츠(北京奔驰), 화천과 BMW의 화천 바오마(华晨宝马) 등이 있다.

비야디(比亚迪) 자동차(기차∙汽车). 1995년에 창립되었다. 저렴한 가격의 내연기관 차량을 판매하던 비야디는 전기차(전동기차∙电动汽车) 분야에 일찌감치 진출해 크게 발전했다.

이 외에도 둥펑(东风), 창안(长安), 치루이(奇瑞), 광치(广汽), 지리(吉利), 창청(长城), 쟝화이(江淮) 등의 본토 기업이 있는데, 비야디(比亚迪)를 비롯한 전기차 생산 회사들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중국에서는 자동차를 기차(汽车)라고 하며, 전기차 즉 ‘전동(电动) 기차’, 하이브리드차 즉 ‘혼합동력(混合动力) 기차’, 수소차 즉 ‘경(氢∙수소) 발동기(发动机) 기차’ 등을 묶어 ‘신 에너지(신능원∙新能源) 차량’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긴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사회주의를 같이한 역사 등을 공유하는 특수한 관계이다. 승용차에 관련된 내용들만 봐도 두나라의 독특한 공통점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한국 전쟁 이후 미국과 일본에 대한 관심과 교류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관심과 교류가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는 시장경제를 운위하는 러시아, 중국과 교역하며 상호 이익을 추구해 오고 있다. 시장이 협소한 한국으로서는 지역적으로도 붙어 있고 소비자의 규모도 큰 두 나라와의 경제적 거래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현대의 디지털 경제와 글로벌 교역이라는 두가지 테마만으로도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 러시아 시장을 포함한 세계로 활동 범위를 넓힐 동인이 된다. 더구나 동북아의 정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수록 육로로 연결된 경제권은 활성화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광의의 중국어권 시장과 러시아어권 시장도 함께 묶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필자 오강돈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 GM, CJ 국내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디자인기업, IT투자기업 경영을 거쳐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등을 집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판매, 사업을 총괄했다. 한중마케팅(주)를 창립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