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2곳이 물을 흐리게 방치해 모든 기업이 저평가되도록 둬서야 되겠습니까."

김영식〈사진〉 삼일회계법인 대표는 10일 본지 인터뷰에서 "회계법인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커진 만큼 무거운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2016년부터 삼일회계법인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지난 4일 사원총회를 열고 2021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아울러 감사 품질관리 책임자를 대표급으로 격상하고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경영위원회(이사회 격) 신임 위원으로 임명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 사태'의 해결사이다. 지난 3월 아시아나항공에서 재무제표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않았다며 감사보고서에 대해 '한정' 의견을 냈고,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데까지 이어졌다. 김 대표는 "우리와 아시아나항공이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사태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자칫 큰 위기로 번질 수 있던 사태를 빠르게 진단해 수술한 격"이라고 했다.

최근 경영계 일각에선 '회계 업계가 갑(甲)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신(新)외부감사법 도입 등에 따라 회계 업계가 깐깐해지면서 일부 멀쩡한 기업이 부실기업처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99%의 기업이 투명하게 회계 처리를 하는데도 1%도 안 되는 기업이 문제를 일으키는 탓에 한국 기업 모두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계 업계도 디지털화라는 변화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AI 감사인이 회계사 96%를 대체한다는 연구가 있다"면서 "삼일회계법인에 경영학과 출신, 공인회계사뿐만 아니라 수학·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도 구성원으로 모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