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인 '스타시옹 F'(연면적 3만4000㎡, 프랑스 파리)보다 규모가 큰 창업지원센터가 올 연말 서울 도심에 문을 연다. 마포구에 있는 신용보증기금의 20층짜리 옛 본사 건물(현재 대구로 이전)이 리모델링을 거쳐 스타트업 기업 200곳이 동시에 머물 수 있는 창업지원센터로 변신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건물에 스타트업의 자금줄인 민간 벤처캐피털과 창업을 지원하는 정부 기관들까지 모두 입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 건물에 입주하면 창업 관련 노하우를 원스톱으로 배울 수 있는 '한국 스타트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새 창업지원센터의 이름을 '프론트 원(Front 1)'으로 짓고 착공식을 열었다. 혁신의 최전선(front), 혁신의 1번지로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성공적인 해외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징을 보면 창업 멘토링부터 아이디어 교류, 투자 자금 조달까지 한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리적으로 가까워야 한다"면서 "국내에 흩어져 있는 여러 창업 네트워크를 하나로 모으는 혁신 창업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들어서는 국내 최대 창업지원센터 '프론트 원' 내부에 생길 강의 공간의 예상 모습. 정부는 프론트 원을 창업 관련 노하우를 원스톱으로 배울 수 있는 '한국 스타트업의 메카'로 만들 계획이다.

프론트 원은 연면적이 3만6259㎡에 달해 광화문 광장의 2배다. 올 연말 회의실이나 콘퍼런스룸 등 공동 사무 공간으로 구성된 1~5층을 우선 개방하고, 리모델링이 완전히 마무리되는 내년 5월에는 11~18층 8개 층에 마련된 사무실에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등 300여 곳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창업에 필요한 기업과 자본, 지원 조직 등 스타트업 생태계에 필요한 3대 요소를 한 건물에 모아두고 창업자들이 건물 밖으로 나가는 일 없이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한국성장금융 등의 정부 정책 금융기관, 디캠프·핀테크지원센터·창업진흥원 등 기존에 활동하던 주요 창업 지원 기관들도 모두 입주할 계획이다. 건물 내 마련된 강의실에서 창업이나 기업 경영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고, AI(인공지능)나 3D 프린터 등 신기술을 배우고 실험해볼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된다.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 예비 창업자와 대학의 창업 동아리 등도 프론트 원에 들어올 수 있다. '선배' 스타트업의 노하우를 현장에서 바로 배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한국판 '우버'나 '페이스북'이 될 유망 스타트업과 협력하거나 기술 제휴를 할 수 있는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회사도 입주할 수 있다.

송희경 금융위 사무관은 "정부는 장소만 제공할 뿐 향후 프론트 원 운영은 전적으로 입주한 기업, 기관들이 사무국을 만들어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할 방침"이라면서 "창업자들끼리 한곳에 모여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미 창업 생태계를 만들려는 세계적인 경쟁에서 뒤처져 있는 만큼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 스타트업 정보 분석 기관인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이 최근 발표한 '2019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에서 서울은 30대 도시에 끼지도 못했다. 실리콘밸리와 뉴욕이 1~2위, 런던·베이징이 공동 3위를 차지한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베이징 외에도 상하이(8위), 싱가포르(14위), 인도 벵갈루루(18위), 홍콩(25위) 등 5곳이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