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20국(G20)의 경제 수장들이 2020년까지 '글로벌 디지털세'(digital tax)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조세 회피처를 악용해 세금을 빼돌린다는 의혹을 받아온 구글·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글로벌 IT(정보통신) 기업을 정조준한 것이다.

지난 9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폐막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디지털화에 따른 새로운 과세 체계 구축 논의가 상당히 진전됐다"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본의 아소 다로 재무상은 로이터통신에 "디지털세를 위한 두 가지 기준을 마련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기준은 과세를 사업장이 아니라 소비자에 따라 하는 것이다. 구글 등 IT 기업들은 "결제와 서비스가 이뤄지는 서버(대형 컴퓨터)가 있는 곳이 사업장"이라며 "법인세는 사업장 기준으로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구글은 아일랜드·싱가포르 등 법인세율이 낮은 지역에 법인을 설립하고 유럽·아시아에서 버는 매출을 이곳으로 모았다. 한국 소비자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결제해도 매출은 구글 싱가포르 법인에서 잡아, 싱가포르에 법인세를 납부하는 식이다.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영국·프랑스의 경제 수장들은 돈을 지불한 사용자의 위치에 따른 과세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소비자가 한국에서 결제하면 매출이 한국 법인으로 잡히고, 세금 역시 한국에 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준은 '공통 법인세율'이다. IT 기업들이 계속 조세 회피처를 활용할 경우 각국 정부가 사전에 합의한 법인세율을 조세 회피처에도 적용하는 방안이다.

디지털세 도입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일단 미국이 디지털세 도입이 적극적이지 않다. 디지털세로 큰 피해를 보는 곳은 대부분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은 두 가지 세금 체계에 대해 상당한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2020년까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