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일 태국 방콕의 임팩트 아레나에서 삼성전자의 중저가폰인 갤럭시 A80 출시 행사가 열렸다. 이 폰은 뒷면에 4800만 화소 카메라, 800만 화소 광각카메라, 입체(3D) 심도 카메라 등 3개의 카메라를 달았고, 셀프샷을 찍을 때는 이 카메라가 뒷면에서 앞쪽으로 돌아 나온다. 갤럭시S10과 같은 프리미엄 제품이 아닌,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이렇게 4000만 화소가 넘는 최고 화질 카메라와 고가인 심도 카메라를 동시에 탑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수가 늘어나면서 카메라 모듈을 개발·생산하는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엠씨넥스·파워로직스·캠시스·파트론 등은 실적 증가에 따라 주가도 수직 상승 중이다. IT 업계에서는 "카메라 모듈 업체들이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4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시 행사에서 한 관람객이 갤럭시 A80의 카메라로 셀프샷을 찍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카메라의 종류와 수가 늘어나면서 카메라 모듈 생산 업체들의 실적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다.

◇활짝 핀 카메라 모듈 업체

그동안 카메라 모듈 생산업체들은 모듈을 납품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 애플 등의 스마트폰 판매 실적에 따라 매출이 요동쳤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르다. 납품 단가가 작년에 비해 25% 이상 오른 것이다. 파워로직스는 올 1분기 영업이익(148억원)이 전년 동기(38억원) 대비 389% 증가했다. 엠씨넥스·캠시스 등도 영업이익이 1년 사이 두 배로 늘었다. IT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적어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증권가에서는 파트론의 올해 매출액 전망을 작년보다 60% 이상 상승한 8771억원으로 추정한다.

카메라 모듈 업체들의 실적 개선 배경엔 스마트폰 트렌드 변화가 있다. 작년 4분기 이후 출시된 스마트폰에는 기존보다 많은 카메라가 탑재되고 있다. 지난 4월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S10 5G는 카메라가 앞면에 2개, 뒷면에 4개가 있다. 모두 6개다. 1년 전 나온 갤럭시 S9+엔 카메라가 총 3개 들어갔다.

개수만 많아진 것이 아니라 광각·3D 심도 카메라 등 카메라의 사양도 높아졌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에 탑재되기 시작한 3D 심도 카메라는 촬영하는 사물의 형태와 움직임, 거리 등을 파악할 수 있어 가상현실과 AR게임, 자율주행 등에 이용할 수 있다.

◇고사양 된 중저가폰 효과

삼성전자가 중저가폰의 상품성 개선을 추진하는 것도 카메라 모듈 업체엔 좋은 기회다. 작년 3분기부터 중국 오포와 화웨이, 샤오미 등의 거센 공세에 맞서 삼성전자는 동남아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중저가폰의 업그레이드에 착수했다. 그 중심엔 멀티카메라 탑재가 있다. 작년 1분기 삼성전자 전체 스마트폰 중 카메라를 2개 이상 탑재한 멀티카메라 비율은 11.8%에 불과했지만 작년 4분기에는 34.8%로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중저가폰 A50·A70엔 카메라가 4개 있다. 그보다 더 가격이 낮은 M시리즈 M30에도 카메라는 4개다.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는 "SNS와 스트리밍 방송 등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이 많다"며 "제조사들은 이런 수요를 잡기 위해 중저가폰에 고사양 카메라를 많이 탑재하는 방식을 활용한다"고 했다.

◇자동차 전장 분야에도 들어가

카메라 모듈은 자동차 등에도 쓰이며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ADAS(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용 필수 카메라 센서 외에도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내부 카메라, 차량의 앞·뒤·옆을 체크하는 서라운드모니터링 카메라, 블랙박스 카메라 등이 필요하다. ADAS용 필수 센서와 카메라는 이스라엘의 모빌아이 등이 차지한다고 해도, 나머지는 국내 카메라 모듈 업체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시장조사기관 야노리서치는 "운전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한 카메라 적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차량 한 대당 7~8개 정도의 카메라 모듈이 자동차에 탑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지금은 카메라 모듈이 IT를 중심으로 수요를 창출하지만 앞으로는 자동차 전장 부분에서 더욱 많은 수요가 날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업체가 이를 긍정적으로 보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