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이 대미국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들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희토류 전략 무기화가 탈중국화를 부추겨 다른 희토류 생산 국가들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호주 마운트 웰드 희토류 광산.

10일 금속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최근 3차례에 걸쳐 희토류 관련 규제 기관과 기업을 모아 산업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담회에서는 희토류를 전략적 자원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가까운 시일 안에 희토류 수출 규제 등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희토류는 스칸듐, 이트륨과 란탄계열 원소 15개 등 17개 원소를 말한다. 열과 전기가 잘 통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전기차 등 첨단 전기‧전자‧광학 분야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희토류는 희귀하다는 이름과 달리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다른 원소와 합쳐져 있기 때문에 추출하기가 어렵다. 추출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중국 이외 지역에서는 생산 규모가 크지 않다.

중국이 압도적인 희토류 생산국이 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다. 낮은 생산 비용과 느슨한 환경 규제를 등에 업고 대규모 생산에 나섰다. 덩샤오핑(鄧小平)은 1992년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외 업체들은 엄격한 환경 규제와 높은 생산 비용으로 경쟁력을 잃고 희토류 생산을 중단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6%, 생산량의 97%(2009년 기준)을 차지하면서 시장 독점국가로 올라섰다.

하지만 2010년 중국이 희토류 수출 쿼터를 40%로 제한한 뒤 가격이 급등하자 다른 국가들도 다시 희토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은 일본과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영토 분쟁 과정에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등 희토류를 정치적인 무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중국이 안정적인 희토류 공급처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일본 등 희토류 소비량이 많은 국가들은 공급 다변화에 적극 나섰다.

희토류 생산업체가 늘어나면서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97%에서 지난해 70.6%까지 낮아졌다. 대신 호주(11.8%), 미국(8.8%), 미얀마(2.9%), 러시아(1.5%), 인도(1.1%) 등이 희토류 생산 비중을 높였다.

중국이 다시 희토류 수출 제한을 언급하면서 글로벌 희토류업체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외 지역에서 유일하게 희토류를 생산하고 있는 호주 라이너스(Lynas)는 미국 화학업체 블루라인과 손잡고 미국 텍사스에 생산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라이너스는 호주 마운트 웰드(Mount Weld) 광산에서 희토류를 채굴해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정제한다.

라이너스의 발목을 잡고 있던 말레이시아 공장 면허 갱신 문제도 해결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해 12월 라이너스가 자국 내 희토류 공장을 재가동하기 위해 6년 동안 쌓인 방사능 오염 폐기물을 처리할 것을 요청했지만, 라이너스는 폐기 방안을 못 찾았고 공장 가동을 중단할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희토류를 중요한 전략 자원이라고 언급한지 10일 만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공장 가동 재개를 승인했다.

캐나다 희토류업체 음캉고(Mkango)도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희토류 생산에 필요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영국 레인보우 희토류(Rainbow Rare Earth)는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희토류 생산을 추진 중이다. 미국 국방부는 희토류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음캉고, 레인보우 희토류 등과 전략 광물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비철금속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희토류 시장을 좌우하기 때문에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은 예전부터 계속됐다"면서도 "희토류를 상업적으로 생산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