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미분양 추세 속 국내 건설사들이 6월 아파트 분양 물량을 대거 쏟아냈다. 예년보다 위축됐던 올해 상반기 분양 공급 흐름이 다시 바뀌는 것일까?

하지만 업계에선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지켜보자’는 매수 관망세와 시장을 압박해온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보다, 늘어나는 이자와 회계 처리 부담 때문에 떠밀려 주택 공급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와 대한주택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따르면 6월 전국에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 물량은 5만5609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2.2배 많다. 분양 성수기로 꼽히는 3~5월엔 건설사들이 예년보다 분양 물량 공급을 축소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달 들어 물량을 부쩍 푸는 셈이다.

대형건설사는 물론 중견·중소 업체들도 6월 분양 물량을 대거 내놓는다. 주건협에 따르면 16개 회원 중견·중소건설사가 6월에 8927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난달 분양 물량은 7878가구였고, 전년 같은 기간 분양 물량은 6384가구로 이달 공급 물량이 더 많다.

서울 아파트 전경.

6월 분양 공급이 반짝 늘어난 데는 당초 지난 겨울과 봄 분양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공급이 밀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아파트를 분양하는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래 5월에 분양할 계획이었는데 사업장에서 변수가 생기면서 한 달 늦춰 분양이 잡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건설사가 경기도에 짓는 아파트의 당초 분양 예정일은 2월이었다. 하지만 ‘학교용지분담금’ 문제와 얽히면서 분양 시점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주택지구 등 공공택지를 공급할 때 교육청에 용지를 무상 제공하거나 학교용지부담금을 대신 내왔다. 그런데 무상 제공의 근거가 없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오면서 경기교육청이 지난 1월 국토교통부와 LH, 지자체에 ‘공공택지 내 모든 아파트 인허가 절차를 전면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경기도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건설사들의 사업 계획에 변수가 생기면서 결국 6월에서야 분양을 하게 됐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도 경기도 과천에서 5월에 분양키로 했다가 6월로 일정이 미뤄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 중인데도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에 동의한다"며 분양가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장관 말 한마디에 분양 승인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대출 압박과 부동산 규제 기조, 수요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분양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것도 건설사들이 쉽게 분양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6만2041가구로 1월부터 3월까지 미분양이 계속 증가하다 4월 들어 전월 대비 0.2% 줄며 미분양 증가세가 잠시 주춤해졌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더 늘었다.

미분양 심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이 분양 물량을 쏟아내는 데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은행 이자 부담 압박이 깔려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한 달에만 억 단위의 금융 비용이 발생하는데, 1년 정도 분양이 늦춰지면 수십억원대의 이자 부담을 져야 한다"며 " 분양 시점을 미루기보다 차라리 착공으로 전환해 분양을 하면서 사업을 추진해 보자는 게 건설사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정부 기조라면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계속 미룰 수만도 없다 보니 일단 분양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꽤 된다"고 덧붙였다.

대형 건설사보다 자금 조달 여력이 적은 중견 건설사의 경우 회계 장부 상에 ‘PF(프로젝트파이낸싱)보증’과 현재 토지만을 보유하고 있는 ‘미착공 PF’가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PF보증은 주택건설사업자가 분양을 목적으로 주택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PF방식으로 받는 대출 원리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말한다. 건설사들이 땅만 보유한 채 분양이 지연되면 이자비용이 불어나, 유동성 압박 요인이 되는 것이다.

중견 건설사를 회원으로 둔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중소 건설사들은 제2금융권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하는 경우도 많아, 분양 지연 및 이자 부담에 따른 리스크가 더 크다"며 "경기가 침체되고 미분양 우려가 있어도 분양을 미룰 수는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