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한양사이버대가 주최한 제1회 '평생 학습 수기 공모전'에 총 321편이 응모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 계발에 힘쓰는 평생 학습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정민 한양대 교수(심사위원장) 등 4명의 심사위원이 엄정한 심사를 거쳐 지난 7일 금상 2명, 은상 2명, 동상 10명을 선정했다. 수상자와 수기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수기 공모전 금상]

이상용씨 - 졸업장 받고 아버지 산소 찾아가 "드디어 해냈다"고 인사 드려

가정 형편 때문에 아쉽게 접어야 했던 대학 공부의 꿈을 40여년 만에 이뤘다. 졸업장 받고 아버지 산소를 찾아가 "드디어 해냈다"면서 인사를 드렸다.

이상용(65)씨는 조선일보·한양사이버대가 주최한 제1회 '평생 학습 수기 공모전'에서 공부가 꿈이었던 지난 40여 년간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냈다.

2019년 서울 광진구 드림플라이 사무실. 드림플라이협동조합 이상용(가운데) 대표가 직원들과 회의하고 있다.

'금상'을 받은 그는 "배움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제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고 했다. "꿈을 이뤘다는 생각을 하면 아직도 감사하고 설레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이씨의 '공부 인생'은 힘겨웠다. 강원 속초에서 당시 하나뿐인 고등학교에 합격했지만, 아버지는 생활이 어렵다며 학교를 보내주지 않았다. 교회의 후원으로 전자기술학원에 다니던 이씨는 야간 경비 일까지 하면서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장을 땄다.

1974년 한양대 전기전자공학과에 입학했지만 3년 만에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어머니가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아 등록금으로 모은 돈을 치료비로 써야 했기 때문이다. 학업 대신 고졸로 회사에 입사해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대학 졸업장 따는 것을 가슴속 깊은 꿈으로 늘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첫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했지만 IMF 경제 위기로 파산했다. 일용직을 전전하며 돈이 되는 일은 뭐든 했다. 한양대에 함께 다녔던 동기들이 사회에서 승승장구할 때마다 '나도 대학만 졸업했다면 잘나갔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고 속이 상했다. 극단적인 생각도 두어 번 했다.

지난 2014년, 먹고살 만해지니 다시 잊었던 꿈이 생각났다. 나이 환갑이 다 되어 한양사이버대에 입학해 사회복지와 상담심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한때는 배 곯지 않는 게 유일한 꿈이었는데, 밥 걱정 없이 공부만 할 수 있으니 참 행복했다"고 했다.

사이버대를 다니다 보니 각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 학우들을 많이 만났다. 이들이 은퇴한 후 전문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은퇴자들의 전문성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진로 상담도 하고 교육 컨설팅도 해주는 협동조합을 떠올린 것이다. 이씨는 2015년 '드림플라이 협동조합'을 설립했고, 교사·기업 대표·기술자 등으로 일했던 은퇴자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사이버대 경험이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씨를 지켜본 두 아들도 최근 뒤늦게 학업을 시작했다. 회사 다니는 큰아들(35)은 아버지 뒤를 따라 한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17학번으로 입학했다. 미국에서 일하는 작은아들(34)도 한양사이버대 호텔경영학과 18학번으로 공부 중이다. 올해는 큰며느리까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며 동문이 됐다.

"내년에 아흔 되시는 어머니가 '무슨 나이 들어서 공부를 그리 하냐. 그만해라'고 하시면서 경로당에 가서는 아들 자랑을 하세요. 지금은 박사 학위 따려고 대학원 입학 준비하고 있습니다. 배움은 죽을 때까지 하는 거니까요."

[금상]

이영미씨 - 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도전

항암 치료로 피폐해져 가는 육체와 무기력감을 극복하고 예전의 총명함을 증명하고 싶어 한양사이버대 영어학과에 편입했다. 첫 학기 4.33 학점을 받았고, 두 번째 학기엔 4.5점 만점을 받았다. 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도전한 평생 학습을 통해 배움의 즐거움을 느꼈고, 정서가 치유됐다. 내 인생에서 가장 바람직한 결정이었다.

[은상]

노정남씨 - 아프리카서 주경야독으로 공부

젊을 때 건축공학을 전공했고, 아프리카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40대 가장이다. 영어가 공용어인 잠비아에서 일하게 돼 영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한양사이버대 영어학과에 편입했다. 지난 2년간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은 아프리카에서 주경야독하며 꾸준히 공부했다.


허지미씨 - 같은 고통 가진 이들 돕고 싶어

한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이자 곱창집 이모이기도 했다. 내 마음의 고통을 해결하고 싶어 상담심리학과에 입학했다. 공부를 하며 자신감을 갖게 됐고, 이젠 고통받는 다른 이를 돕는 상담자란 꿈을 꾼다. 심리상담자란 의미도 몰랐던 내가 상담자가 되기 위해 대학원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내겐 기적 같은 변화다.

[동상]

김진선씨 - 法에 무지함에 너무 화나 공부

배우로 일하다 호텔에서 명품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 열심히 노력해 매출을 올렸을 뿐인데 억울한 일을 당했다. ​법에 대해 아는 게 없어 불안에 떨어야 했던 내가 너무 화났고, 법을 배워야겠다 결심했다. 옷 장사를 하며 사이버대 법학과에 입학해 틈틈이 공부했다. 법 공부를 하며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됐다.

윤태훈씨 - 공부 습관 들인 덕에 책 집필까지

식품 제조 기업의 외식 사업부에 입사했다. 해외 포상 연수를 여러 차례 갈 정도로 실적이 좋았다. 하지만 평소 부족한 학습으로 성과가 낮아졌고, 돌파구로 사이버대 평생교육원에 들어갔다. 공부를 하다 보니 흥미를 갖게 되어 대학원에도 입학했다. 공부 습관을 들인 덕분에 책 집필이라는 20대 시절 꿈도 이뤘다.

김준영씨 - 사이버대 진학, 제2 성장의 밑거름

고졸 출신으로 대기업에 들어가 열정적으로 일했다.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직장 다니며 학위를 딸 수 있는 사이버대에 진학했다. 학과 1학년 대표를 하며 크게 성장했다. 어느새 회사에서도 잘 어울리고 새로움을 선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변화는 사이버대 공부에서 시작됐다.

이예환씨 - 부모교육지도자라는 목표 생겨

평범한 주부이자 한 아이의 엄마다. 아동 상담 공부를 하기 위해 한양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에 편입했다. 사이버대지만 학과 행사에도 활발히 참여하며 즐겁게 공부했다. 상담 공부를 하면서 실직으로 마음 아팠을 남편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고, 부모 교육 지도자라는 목표도 생겼다. 공부를 통해 잊고 있던 꿈을 다시 찾게 됐다.

이민혜씨 - 45세에 아들과 같이 대학 입학

어린 시절 대학을 중퇴하고 직장 다니다 결혼했다. 나중에 공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살다 보니 쉽지 않았다. 대학 졸업장 없이 영어 강사로 일하는 게 늘 마음의 부담이었다. 2015년 내 나이 마흔다섯에 아들과 같이 대학에 들어갔다. 4년 평점 4.41로 졸업했다. 내년엔 예쁜 영어 공부방을 열 거다. 배움을 멈추지 않으면 날마다 새로움을 경험한다.

이성희씨 - 심리상담 공부, 가족관계 좋아져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자꾸 바지에 똥을 싸고 왔다. 그때마다 아이를 벌했는데, 당시엔 나의 권위적인 양육 방식 때문에 아이가 퇴행하고 있다는 걸 몰랐다. 주변 추천으로 한양사이버대에 들어가 상담심리학을 공부했다. 2년 반의 심리상담 공부는 나를 다시 세우는 기회가 됐다. 내가 바뀌니 아이도 놀랍게 좋아졌다.

박완숙씨 - 엄마 됐지만 포기 않고 문학 공부

학업의 꿈을 접고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문학 공부를 했다. 시인 등단에 성공해 네 권의 시집을 냈다. 부모님을 알츠하이머로 여읜 것을 계기로 대학 졸업장과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땄다. 지금은 치매 예방 전문 강사로 활동한다. 내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힘은 평생 학습이었다.

임병기씨 - 검정고시로 평생교육원 교수까지

병원에서 30년을 일했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동양문화고급 과정에서 4년 공부하고 퇴직했는데, 초등학교 졸업장만 있어 강의를 맡기는 곳이 없었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검정고시 학원에 들어가 중·고 과정을 한 번에 마치고 대학 졸업장도 땄다. 지금은 평생교육원에서 한문 강의도 하고,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석사 논문에 열중하고 있다.

고연실씨 - 가게 힘들지만 학업에도 몰두

4년 전 대출 받아 가게를 냈다. 휴일도 없이 일했지만 매출은 갈수록 줄었다. 짜증이 늘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전문 상담 양성 과정을 들었다. 갈수록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사이버대에서 상담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상담 심리를 공부하며 나를 위로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전윤경씨 - 외국인 환자 간호 위해 영어 공부

대기업에서 고졸 여사원으로 열심히 일했다. 2004년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던 때 방송대 유아교육과에 지원해 4년간 공부했다. 공부를 통해 용기와 희망, 자신감을 갖게 됐다. 지금은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한다. 최근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외국 환자들을 간호할 수 있는 영어 잘하는 간호 인력이 되는 게 새로운 꿈이다.


▲주최: 조선일보, HYC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