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 전성시대입니다. 매년 블랙프라이데이·광군제 등 해외 할인행사 철이면 쇼핑정보 사이트에선 직구 정보 공유에 열을 올립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상거래 수입(해외직구)은 총 27억5000만달러(3조250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6년보다 68% 늘어난 수치입니다.

전통의 직구 선호 품목은 건강식품·의류입니다만, 최근엔 전자제품 직구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7년 전체 품목 중 5위이던 전자제품 직구 규모는 지난해 79% 늘어, 3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LG베스트샵 강남본점 매장에서 모델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TV'를 소개하고 있다.

전자제품 직구 대표 품목 중 하나는 TV입니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전체 TV 판매 중 해외직구 비중은 2017년 1분기 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분기 두자릿수를 돌파하더니 올해 1분기에는 17%까지 늘어났습니다. 올해 1분기 판매량은 2017년 1분기보다 545% 늘었다고 합니다.

해외직구는 번거롭습니다. 관세를 계산해야하고, 배송에 1달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주문이 취소되는 경우는 물론, ‘배송사고’로 물품이 사라지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상품에 문제가 있을 땐 반품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해외직구가 날로 늘어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입니다. 특히 TV는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등 국내 기업이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가격은 해외에서 더 저렴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문에 일부 국내 소비자들은 "국내 기업들이 자국 소비자를 호구로 본다"는 불만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7일 다나와를 통해 국산 TV의 국내·해외직구 가격을 비교해봤습니다. 해외제품은 관세와 배송비를 포함한 가격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같은 ‘스펙’의 제품도 지역에 따라 모델명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인치·등급·연식을 비교했습니다.

LG전자(066570)의 대표 프리미엄 제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품을 비교해봤습니다. 55인치 OLED의 국내판(OLED55C9GNA) 가격은 263만원입니다. 반면 비슷한 북미 제품(OLED55C9PUA)은 234만원이었습니다. 65인치는 지난해 나온 국내 제품(OLED65C8FNA)이 301만원, 동일 등급 북미판(OLED65C8AUA)은 240만원입니다. 2019년식 65인치는 국내 제품(OLED65E9KNA)이 480만원, 북미 제품(OLED65E9PUA)은 380만원이었습니다.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해외직구 가격이 12~26%가량 저렴함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005930)는 어떨까요. 2019년형 시리즈Q 55인치 국내판(QN55Q60RAF)은 136만원, 북미판(QN55Q60R)은 127만원입니다. 65인치는 국내(QN65Q60RAF)가 263만원, 북미(QN65Q60R)에선 171만원이었습니다. 75인치로 가면 내수 제품(QN75Q60RAF)이 401만원, 북미 제품(QN75Q60R)은 273만원입니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제품군인 8K QLED 2018년형 65인치는 국내(QN65Q900RAF)에서 496만원, 북미(QN65Q900R)에선 444만원이었습니다. 가격은 해외직구가 7~46% 저렴했습니다.

삼성전자 2019년형 QLED 8K 98인치 TV.

기업들도 해외 가격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에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TV 제조사들은 가격 차이의 원인으로 인건비·시장규모·세금·유통구조 등 시장환경이 다른 점을 꼽습니다. 전자업체 한 관계자는 "북미는 세계 최대의 TV 시장으로, 경쟁이 심해 가격 인하 요인이 크고 대부분 멕시코에서 생산해 인건비가 저렴하다"며 "국내 판매가격엔 빠른 배송과 출장 A/S 등을 유지하기 위한 부대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조사들은 그 근거로 현지 재고·마케팅 상황에 따라 국내 가격이 저렴한 경우도 있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실제 삼성전자 2018년식 8K QLED TV의 경우 65인치는 해외가 더 저렴했지만, 75인치는 국내 가격이 642만원, 해외 가격이 730만원으로 해외직구가 더 비쌌습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세계 각국에서 TV를 생산하는 제조사 입장에선 국내 생산 제품이 팔리던, 해외 생산 제품이 팔리던 수익을 얻는다는 점은 같다"며 "해외직구가 늘며 손해를 보는 건 제조사가 아닌 국내 유통사"라고 지적했습니다. 어쨌든 국내 소비자들은 각자 상황에 따라 현명한 구매에 나서면 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