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은 '배당' 때문이라지만 경상적자 주 원인은 '수출'
7월 경제전망서 경상수지 전망치 하향 조정 불가피

4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5월에도 적자가 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곧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정부, 한국은행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어서다. 수출이 작년 12월부터 올 5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가운데 통관을 기준으로 한 5월 무역수지는 1년 전보다 대폭 줄었다. 한은은 연간 경상수지의 전망치를 석 달 만에 또 내려잡아야 할 상황이다.

한은은 4월 경상수지가 6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낸 주 원인을 외국인에 대한 배당지급으로 돌렸다. 4월 배당소득수지는 49억9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4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지만 매년 4월 연말결산법인 배당이 이뤄지는 계절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다. 연말 결산 법인의 배당은 매년 4월에 집중돼 왔지만 지난 6년간 경상수지는 소폭이나마 흑자를 냈다. 심지어 배당소득수지의 적자규모가 역대 1위, 2위였던 지난해와 2017년 4월에도 흑자였다. 올해 배당소득수지 적자는 역대 3위다. 배당지급이 일시적으로 급증했다 하더라도 수출이 든든하게 받쳐줬다면 최소한 적자는 면했을 수 있다.

5월 경상수지 적자설이 도는 이유도 수출로 버는 돈이 추세적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통관기준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9.4% 감소한 459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6개월 연속 마이너스인데다 그 폭은 4월(-2.0%)보다 훨씬 커졌다. 우리나라 수출의 21%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업황 부진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부품인 D램의 가격은 지난달 개당 3.75달러로, 2016년 이후 2년 8개월 만에 4달러를 밑돌았다. 5월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단가하락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서 5월 경상수지가 마이너스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역분쟁으로 중국에 판매하는 반도체 중간재의 물량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은은 5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일축했다. 외국인 배당 확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4월 적자는 일회적,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외국인 배당 지급이 집중되면서 배당수지가 마이너스가 나왔다. 이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4월 경상수지에서 계절성을 제거하면 33억6000만달러 흑자로 나타나는 데다 무역수지를 국제수지 기준에 맞춰 선박요인을 제외하면 5월 15억4000만달러로 4월(13억4000만달러)과 유사한 수준인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국제 유가가 하락해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박 국장은 "계절적 요인이 사라지는 5월에는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했다.

5월 적자 여부와는 별개로 한은은 오는 7월 경제전망에서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를 당초 690억달러에서 665억달러로 내렸는데 석 달 만에 추가 하향이 불가피해졌다. 1~4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가 105억8000만달러 불가해 상반기 전망치(245억달러)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5~6월 수출의 흐름을 봤을 때 경상수지가 140억달러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전망치 하향조정은 불가피하다. 이미 나온 5월 수출 통계에서 반전의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