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 맥주 리터 당 415원 내려…병은 23원, 페트는 39원 올라
세금 인상 폭 큰 생맥주, 2020년 207원·2022년 238원씩 ↑
막걸리는 리터당 41.7원 부과…물가상승률만큼 세금 조정

정부가 맥주와 탁주(막걸리)에 부과되는 주세(酒稅)를 2020년부터 종량세(용량에 따라 과세)로 전환하고 소주를 비롯한 나머지 주류는 현행 종가세(제조원가에 과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가 맥주회사 3곳의 작년 자료를 기반으로 모의실험한 바에 따르면 국산 캔맥주에 붙는 세금은 리터(L)당 평균 415원(교육세와 부가가치세도 포함) 싸지고, 병과 페트 맥주는 각각 23원과 39원 오른다. 생맥주는 세금 부과액이 리터당 445원 뛰는데, 정부는 2년 간 한시적으로 감면 혜택을 줘 내년에는 리터당 207원 수준으로 인상 폭을 줄이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회를 열고 ‘주류 과세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맥주와 막걸리에 대해서 물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맥주는 리터당 830.3원, 막걸리는 리터당 41.7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맥주의 경우 리터당 249.09원의 교육세(주세의 30%)가 추가로 붙는다. 그리고 각각 출고가격의 10% 만큼 부가세가 부과된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오는 9월 국회에 제출하는 2020년도 세법 개정안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서울 을지로3가의 이른바 ‘노가리 골목’에서 사람들이 생맥주를 마시고 있다.

정부가 맥주와 막걸리에 책정한 세금 액수는 각각 2017년과 2018년에 부과했던 평균 세금 납부액이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소비자후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세율을 정했다"며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라고 말했다.

평균 세금은 같지만, 맥주의 경우 캔, 병, 페트, 생맥주 등 판매 형태별로는 세금 부과액이 크게 바뀐다. 각각 포장 용기에 따라 추가되는 원가가 다를 뿐만 아니라 맥주 회사들이 책정하는 가격도 상이하기 때문이다.

이번 종량세 개편으로 가장 이익을 얻는 것은 캔 맥주다. 캔 맥주는 교육세와 부가세를 포함해 리터당 415원이 내려간다. 예전에는 리터당 1758원의 세금이 부과됐으나, 내년에는 1343원으로 23.6% 낮아진다. 페트는 리터당 27원, 병은 16원 각각 늘어난다.

가게에서 파는 국산 생맥주에 붙는 세금도 껑충 뛴다. 지난 2년 간 생맥주는 리터당 평균 815원을 냈는데, 개편안이 적용되면 리터당 1260원으로 54.6%(리터 당 445원)가 오른다. 지금까지는 별도 포장용기 없이 음식점·주점에 판매돼 원가가 낮았는데, 내년부터는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오르는 것이다. 정부는 생맥주 세금이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을 감안해 2020년과 2021년에는 생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을 20% 낮춰주기로 했다.

4캔에 1만원에 판매되는 수입맥주에 붙는 세금도 늘어난다. 지금까지 국내 제조 맥주의 경우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예상 이윤이 포함된 제조장 출고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하는 반면 수입맥주는 판매관리비와 예상이윤은 제외된 수입신고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해 국내 업체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수입 캔맥주에 붙는 세금이 올라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김 실장은 "오비, 하이트, 롯데 등 외국 맥주를 수입하는 국내 회사의 경우 국산 맥주 세 부담 감소와 수입 맥주 세 부담 증가가 서로 상쇄되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탁주(막걸리)는 2017~2018년 평균인 리터당 41.7원으로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막걸리는 맥주나 소주 등 증류주와 달리 출고가의 5%만 주세로 내왔다. 막걸리는 포장 용기 가격이 저렴해 종량세로 바뀌어도 영향이 거의 없다. 막걸리 업계는 오히려 종량제 전환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종량제로 바뀌면 비싼 고급 제품을 만들어도 세금이 거의 같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맥주와 탁주에 붙는 주세를 종량세로 전환하면서, 세율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기로 했다. 물량에 맞춰 세금이 매겨질 경우,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 세율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