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4일 우리나라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4월에 발표했던 속보치(전분기 대비 -0.3%)보다 0.1%포인트 낮은 -0.4%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수출과 건설투자 부진이 예상보다 더 심각했던 탓이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3.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받아든 최악의 경제 성적표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국의 1분기 성장률 중 꼴찌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수출과 투자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2.6~2.7%)에 훨씬 못 미치는 1%대 성장률 쇼크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후진한 한국 경제, 국민소득도 뒷걸음질

한은이 지난 4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집계할 때는 3월분 건설투자와 국제수지 같은 주요 통계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한은은 3월 수치를 추정해 1분기 전체 성장률을 뽑았는데,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세가 생각보다 커서 성장률이 더 낮아졌다.

1분기 중 민간소비는 작년 4분기보다 0.1%, 정부소비는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각각 0.8%와 9.1% 줄었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3.2%, 3.4% 감소했다.

경제가 역(逆)성장한 결과, 국민소득도 줄었다.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이자·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한 국민총소득(GNI·명목)은 4분기보다 1.4%나 줄면서 2008년 4분기(-1.5%)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소득이 줄어들면 앞으로 소비 여력도 줄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을 때 나타나는 저(低)물가 현상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통계청은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0.7% 오르는 데 그쳐, 올 들어 5개월째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 속 0%대 저물가가 이어지자, '준(準)디플레이션 상황'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 위축되고 내수와 투자가 동반 부진한 가운데 고용 여건이 살아나지 않아 가계의 소비 여력이 확대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저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소비자는 현재보다 미래에 소비하려 들 것이고, 기업 역시 생산과 투자를 미루고 고용을 줄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디플레이션과 다름없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 인하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분쟁 악화, 수출 회복 불투명

정부와 한은은 "1분기에 마이너스였던 성장률이 2분기와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하지만 2분기 마지막 달인 6월 들어서도 경기 회복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4월에 반짝 반등하는 듯했던 경기는 5월 들어 다시 꺾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BSI(기업경기실사지수)와 CSI(소비자동향지수)가 일제히 기준치를 밑돌았고, 2분기에는 매듭지어질 줄 알았던 미·중 무역 분쟁 전선은 오히려 확대일로다.

박양수 한은 통계국장은 "올해 목표한 성장률 2.5%(한은)를 달성하려면 2분기에 1.3~1.4%(전기 대비),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9% 이상 성장해야 한다"며 "미·중 무역 분쟁 악화가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성장률이 1분기 대비 1.0%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는 전 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일 뿐 의미 있는 성장률 반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