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투자 계획을 세웠으나 지금까지 확보한 태양광·풍력발전 부지는 목표치인 2962만평의 5.3%(156만평)에 불과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허황된 재생에너지 목표 발전 용량에 '현실'을 끼워 맞추다 보니 코미디 같은 투자 계획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2030년까지 7조3030억원을 들여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7600㎿(메가와트)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수원은 이를 위해서 98㎢(약 2962만평)의 부지가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34배에 달하는 넓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수원이 확보했거나 확보 예정인 부지는 5.1㎢(약 156만평)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새만금 내수면 해상(海上)이 대부분이다.

한수원이 재생에너지 목표 발전량을 달성하기 위해서 육상이든 해상이든 여의도 면적의 32배에 해당하는 2806만평 정도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한수원은 이를 확보할 구체적 대책은 세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수원 부채는 3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의원은 "여기가 호주도 아닌데, 태양광 패널 세우기 위해 그 넓은 땅을 찾을 수 있겠느냐"며 "해수면도 조달에 한계가 있고, 환경오염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한수원이 이처럼 비현실적인 투자 계획을 세운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 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20%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한수원을 비롯한 전력 공기업들은 앞다투어 무리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력과 발전 5사(社)는 2030년까지 45.2GW(기가와트)를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58조8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탈원전 여파로 인해 한전과 발전 5사의 부채는 증가세로 지난해 기준으로 142조8000억원에 달했다.

한전과 발전 5사의 재생에너지 목표 발전량까지 감안하면 필요 부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한전의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량은 13.2GW인데, 이를 위해선 적어도 994.3㎢(약 3억77만평)의 부지가 필요하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한수원과 달리 유럽 방식으로 산출해보니 여의도 면적의 342배에 달하는 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한전·한수원의 재생에너지 사업에 필요하다는 부지를 합하면 1092㎢로 서울시 전체 면적(605.2㎢)의 1.8배가 넘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골의 폐가(廢家) 하나를 수용하는 것도 어려운 현실인데, 이 정도의 대규모 부지는 확보 불가능에 가까운 규모"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35%까지 확대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제3차 에너지 기본 계획'을 확정했다. 기존의 '2030년 재생에너지 20%' 목표치에서 더 늘려 잡은 것이다. 이번 3차 에너지 기본 계획에는 원자력·석탄발전 비중을 크게 줄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발전 공기업들로선 재생에너지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시급히 토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