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경제 5단체가 아닌 곳은?'

①전국경제인연합회 ②대한상공회의소 ③한국무역협회 ④중소기업중앙회 ⑤한국경영자총협회 ⑥한국중견기업연합회

요즘 재계에서는 이런 상식 시험 문제의 정답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정답은 ⑥번인데, 요즘은 ①번이라는 것이죠.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요.

지난 3일 경총은 경제 4단체 명의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음 날인 4일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비슷한 내용의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대한 건의사항'이라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한경연이 따로 뒷북 보도자료를 낸 이유는 경총의 경제 4단체에 전경련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통 경제계 입장 발표는 무역협회를 제외한 경제 4단체 명의로 이뤄집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제 4단체에 전경련이 포함됐으나 올해부터는 전경련 대신 중견련이 자리를 차지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경련을 적폐로 지목,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서 배제시키자, 다른 경제 단체들도 알아서 '전경련' 패싱'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올 2월과 3월 경총은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에 대한 경제계 입장'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논의 관련 경제계 입장' 등을 발표했는데, 여기서도 전경련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경총 측은 "산안법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전경련보다 다른 경제 단체 소속 회원사들의 입장이 더 강해서 자연스럽게 전경련이 빠지고 중견련이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전경련이 다음 날 비슷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것을 보면 '왕따'시킨 것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단체 인사는 "청와대에서 '전경련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발표하는 등 문 정부에서 노골적으로 전경련을 싫어하기 때문에, 괜히 끼웠다가는 우리까지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 단체는 각종 경제 현안과 사회문제에 대해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단체이지, 정부 눈치를 보는 곳이 아닙니다. 이렇게 알아서 기는 경제 단체를 보면 정부에서 왜 경제 단체와 기업들을 졸(卒)로 보는지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