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피부 색소침착·노화·수분 달라
화장품 업계 '맞춤형 화장품' 개발 속도

국내 화장품 업계가 개인의 타고난 피부와 유전정보를 토대로 만든 ‘맞춤형 화장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3월부터 개인 맞춤형 화장품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개인의 피부 상태를 측정한 뒤 화장품을 추천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앞으로 개별 고객의 피부에 최적화된 화장품을 즉석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게 최종 목표다. 사람마다 피부색, 노화 정도, 탄력, 민감도 등이 달라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이오페 랩에서 피부 측정을 받는 고객

아모레퍼시픽(090430)은 맞춤형 화장품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혁신 연구소인 미래기술랩은 원하는 화장품 재료를 넣으면 유화과정과 공정을 거쳐 즉석에서 신선한 화장품을 만들어주는 용기 등 개인 맞춤형 화장품 제조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박원석 아모레퍼시픽 미래기술랩장은 "머지않아 소비자가 얼굴 사진을 찍으면 피부 상태나 안색 등을 즉석에서 분석해 맞춤형 립스틱이나 로션을 추천받고, 제품을 집으로 배송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니스프리의 ‘퍼스널 원크림’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브랜드들도 보다 세분화된 제품과 피부 측정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고객의 피부, 제품평, 화장품 성분 등 109만여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발한 맞춤형 크림 ‘퍼스널 원크림’ 20종을 지난달 출시했다. 일반 화장품 기업들이 건성·지성·복합성 피부용 제품 3가지만 판매하는 것과 달리 피부 타입을 20종으로 분류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아이오페는 고객이 최첨단 기기로 피부 측정하면 피부 전문 연구원들이 피부 관리법과 화장품을 추천하는 ‘아이오페 랩’을 운영 중이다.

피부 타입에 맞는 로션과 부스터를 원하는대로 섞어 사용할 수 있는 크리니크의 맞춤형 화장품 ‘크리니크 ID’

유전자 분석을 바탕으로 한 화장품 연구도 활발하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피부가 탄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콜라겐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색소 침착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어떤 상태인지 등의 정보를 파악한 뒤 적합한 화장품을 추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유전자 분석 전문기업인 ‘테라젠이텍스’와 협력을 맺고 피부 유전자 공동 연구를 진행해왔다.

LG생활건강(051900)도 유전자 분석업체 마크로젠과 합작법인 ‘미젠스토리’를 2016년 설립했다. 미젠스토리는 지난해 피부 탄력과 노화 정도, 색소침착, 모발 탈모·굵기 등의 유전자 검사를 토대로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유전자 뷰티케어 프로그램’을 한시 운영했다. LG생활건강은 앞으로 데이터를 더 축적한 뒤 유전자 기반 맞춤형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올리브영은 지난달부터 국내 200여개 매장에서 피부 진단 기기로 고객의 피부 상태를 측정해 화장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대륙별로 화장품 연구소를 두고 인종별 피부 연구를 진행해왔다. 동양인, 백인, 흑인 등 인종별로 피부가 달라 기초 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과 구성이 달라야 한다는 게 로레알 측의 설명이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부문 수석연구원은 "개인의 취향과 피부 특성까지 고려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늘면서, 제조사들도 이를 반영한 맞춤형 화장품을 선보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맞춤형 화장품이 상용화되기까지 갈 길이 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적은 비용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을 할 기술이나 설비를 갖춘 업체는 없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화장품 공장은 소품종 대량생산에 최적화됐다"면서 "앞으로 3D프린터로 즉석에서 화장품을 생산하거나 특수 용기를 활용한 맞춤형 화장품 제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