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8 BJ 어워즈 아프리카TV 페스티벌’에서 버라이어티BJ 여자 부문 대상을 받은 BJ 양팡이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6년 10월 아프리카TV의 원년 멤버인 BJ 대도서관이 유튜브로 플랫폼을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아프리카TV가 광고 수익에 대해 과한 송출료를 요구한다는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이후 윰댕, 김이브 등 주요 BJ들이 유튜브로 이탈을 선언했다. 아프리카TV는 송출료 폐지 등 BJ 친화 정책을 펼치면서 수습에 나섰지만, ‘아프리카TV의 전성기가 저무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흘러나왔다. 아마존이 인수한 게임 전문 방송 플랫폼 트위치의 인기몰이로 그런 우려는 더 커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아프리카TV는 위기는커녕 실적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아프리카TV 위기설’이 나왔던 2016년보다 58.7%,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9.4% 상승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주가도 상승했다. 어닝 서프라이즈는 실적이 증권사가 제시한 예상치보다 10% 높은 경우를 의미한다. 아프리카TV 주가는 5월 23일 종가 기준 6만9000원으로 실적 발표 이전(6만1900원)보다 10% 넘게 올랐다. 지난해 10월 연중 최저점(2만8350원)보다는 14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와 트위치의 성장세가 매섭지만, 국내 온라인 방송 플랫폼의 원조 아프리카TV가 독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아프리카TV가 경쟁 업체의 공세에도 성장하는 비결은 뭘까.

성공전략 1│플랫폼의 자산은 콘텐츠 BJ들에게 콘텐츠 개발 독려

"이런 큰 상을 받게 돼서 정말… 울지 않을 거예요. 저를 하꼬(시청자 수가 적은 방송) 때부터 키워준, 뒤에 있는 우리 봉준 오빠한테 고맙게 생각합니다."

여느 영화 시상식에 나올 만한 감동적인 멘트 같지만, 지난해 12월 진행된 ‘2018 BJ 어워즈 아프리카TV 페스티벌’의 한 장면이다. 버라이어티BJ 여자 부문 대상을 받은 BJ 양팡은 울먹이면서 수상소감을 발표했다. BJ 양팡은 누적 시청자가 4220만9969명에 달하는데, 가족들과 일상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주무기다. 이른바 가족 시트콤 코너를 기획해 인기를 끌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소속 BJ들을 상대로 2011년부터 콘텐츠 부문별 시상식을 하고 있다.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가 성과가 좋았던 BJ들에게 직접 시상한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만으로는 상을 받기 어렵다. 보통 콘텐츠가 뒷받침된 인기 BJ들이 대상이나 최고의 콘텐츠상을 수상한다.

아프리카TV의 경쟁력은 콘텐츠에서 나온다. 아프리카TV 방송의 23%를 차지하는 ‘보이는 라디오’ 방송은 기획력이 중요하다. 유명 BJ들이 게임 실력이나 입담으로 방송을 이끌어나가는 e스포츠 방송과는 다르다. BJ들은 직접 ‘몰래카메라’ ‘벌칙 게임’ ‘친목 방송’ 등 콘셉트를 기획한다. 전담 직원을 고용해 대본을 짜는 경우도 있다. 본사에서도 활동이 활발한 BJ들과 월평균 1회 정도 만나 콘텐츠 기획을 돕는다.

신규 BJ들에 대한 지원도 이뤄진다. 콘텐츠지원센터에서는 콘텐츠 아이디어가 좋지만 자본력이 부족한 신입 BJ들에게 연간 최소 5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자회사 프릭엔은 사람이 곧 콘텐츠가 되는 BJ를 발굴한다. 대학교수, 변호사, 개발자 등 특정 분야에 전문성 있는 인재와 업무 협약을 맺는다. 프릭엔의 ‘아프리칼리지(AfreeCollege)’ 사업을 통해 교수진이 공학, 경영학, 창업, 디자인, 발레, 콘텐츠 등 다방면의 강의를 방송하도록 지원한다.

성공전략 2│경쟁사와 출혈 경쟁 피하고 플랫폼 바깥 시장 진출

지난해 12월 정찬용 아프리카TV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됐다. 서수길 대표의 단독 대표체제에서 각자 대표체제로 조직 구조가 변경된 것이다. 기존 사업은 정찬용 대표가 맡는 반면, 서수길 대표는 e스포츠 강화, 미래 기술 개발 등 신사업 육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총 방송 콘텐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e스포츠 방송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경쟁사 트위치를 정면 돌파하진 않는다. 아프리카TV의 최근 행보는 온라인 방송 플랫폼 이외의 신사업 투자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SBS와 e스포츠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SBS 아프리카TV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 예다. e스포츠 콘텐츠를 제작하고, 케이블 방송과 IPTV 채널에 송출해서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국내 대표 e스포츠 대회인 PKL(펍지코리아리그)과 LCK(롤 챔피언스 코리아)가 TV와 온라인에 독점 중계된다.

e스포츠 BJ와 시청자 간 오프라인 교류의 장을 만드는 사업도 활발하다. 2017년 2월부터 ‘오픈 스튜디오’라고 부르는 아프리카TV 전용 PC방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곳에서 BJ와 시청자들은 온라인 게임을 관전하거나 참여하면서 서로 교류한다. ‘아프리카TV 스타크래프트 리그(ASL)’ ‘피파4 아마추어대회(AFATT)’ 등이 오픈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오픈 스튜디오는 아직 매출 비중이 작지만 성장률이 높다. 올해 1분기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0% 성장했다. 현재 오픈 스튜디오는 12개이고, 2분기에 2개 더 늘어날 예정이다.

성공전략 3│이용자 수 출렁여도 충성 고객은 돈 더 써

"97두산, 없나요? 더 없나요? 98두산 나와야지. 98두산 감사합니다~ 99두산!"

아프리카TV의 ‘100두산’ 문화로 BJ가 주로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서 BJ 후원 아이템인 별풍선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시청자들은 각자 ‘눈치싸움’하듯 1개부터 시작해 2개, 3개 등 순차적으로 별풍선을 쏜다. 이렇게 100두산까지 완료하면 5050개(1+2+3+ … +98+99+100)의 별풍선을 받는다. 별풍선 1개는 부가가치세 제외, 100원인데 이 중 아프리카TV가 20~40원을 떼간다.

아프리카TV의 강점은 후원 문화에 놀이 개념을 접목한다는 것이다. 별풍선에 채팅과 유사한 기능도 담았다. 별풍선을 1253개 쏘면 ‘이리오삼’, 100개 쏘면 ‘완벽 그 자체’ 등의 문구가 함께 나온다. 시청자가 BJ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경우 돈을 쓰는 문화다. 팬심을 ‘구독’ 여부로 표현하는 다른 방송 플랫폼보다 아이템을 구매할 유인이 높다.

그 결과 아프리카TV 매출의 80% 이상이 후원 아이템 매출에서 나온다. 아이템 매출은 지난 3년 동안 한 번을 제외하곤 분기별로 매번 증가했다. 9개 분기 연속 20% 이상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아프리카TV는 이용자 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통계조사 업체 코리안클릭과 다수 증권사에 따르면, 아프리카TV의 월평균 이용자 수는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고, 최근 들어서는 증감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주 수입원의 성장세가 견고하니 아프리카TV의 전체 매출액은 자연히 성장세다.

주로 팬심이 높은 시청자들이 별풍선을 집중적으로 쏜다. 평균 이용자 수가 출렁여도 고액을 투자하는 고정 이용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 결제를 진행한 시청자 수는 지난 분기보다 3% 늘었고, 아이템 매출액은 7.5% 증가했다.

경쟁 구도를 통해 후원을 촉진하기도 한다. 후원 여부에 따라 팬클럽, 열혈팬, 서포터 등으로 등급이 나뉜다. 별풍선을 많이 쏜 열혈 팬은 BJ 방송국 페이지에 순위별로 닉네임이 등재된다. 그 순위표에 닉네임을 올리려고 별풍선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