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달팽이(학명 Lymnaea stagnalis) 두 마리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사진〉. 언뜻 보면 한 마리의 달팽이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보인다. 껍데기의 회전 형태가 각각 오른쪽, 왼쪽으로 반대 방향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오른손잡이, 왼손잡이와 같다. 왼손잡이 물달팽이는 지난 2007년 처음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일본 도쿄이과대학의 아베 마사노리·구로다 레이코 교수는 지난 14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왼손잡이 달팽이'를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 '발생'(Development)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오른손잡이 달팽이에서 유전자 'Lsdia1'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잘라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 부위를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이다. Lsdia1이 없어진 물달팽이 자손들은 껍데기가 모두 왼쪽으로 도는 형태였다. 연구진은 "Lsdia1 유전자가 없어지면 배아(수정란) 단계에서 기존 달팽이와 다른 방향으로 세포가 회전하면서 분화된다"고 설명했다. 자연 상태에서는 이 유전자가 잘리는 변이가 거의 일어나지 않아 '왼손잡이 달팽이'는 전체의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구로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100만분의 1의 확률로 오른쪽에 심장을 가진 기형아에 대해 유전자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