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 포드 자동차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는 '자율주행 배송의 미래'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재생하자 화면에 밝은 초록색 로봇이 등장했다. 사람처럼 몸통과 사지(四肢)가 있고, 두 발로 직립(直立)하는 로봇이었다. 이 로봇의 몸체에는 'DIGIT(디지트)-1'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포드가 개발한 택배배송용 자율주행 차량에 탑승한 이 로봇은 목적지에 도착하자 접혀 있던 팔다리를 펴고 차에서 내렸다. 뒤이어 두 손으로 택배 상자를 들어 올리고 계단을 올라가 고객의 문 앞까지 걸어갔다. 디지트가 택배를 문 앞에 내려놓자, 고객의 스마트폰에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가 떴다.

'디지트'는 미국 오리건주립대학의 로봇학과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개발했다. 이 로봇은 최대 18㎏ 중량의 택배를 들 수 있다. 디지트는 몸통 위에 장애물을 인식하는 카메라와 라이더 센서가 달려 있다. 이 센서로 장애물은 물론이고 도로의 경사, 계단 유무를 파악해 두 발로 걸어가는 것이다. 배송을 마치면 자율주행차로 돌아와 탑승한 뒤,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배송 완료'를 자율주행차의 시스템으로 전송한다. 켄 워싱턴 포드 CTO(최고기술책임자)는 "미국의 전체 주택 가운데 계단이 없어서 휠체어와 같은 바퀴 형태의 로봇으로 접근 가능한 주택은 1% 미만"이라며 "우리가 계단을 올라갈 수 있는 직립보행 로봇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2021년쯤 100대의 디지트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머지않아 인간 택배 기사를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농가(農家) 일손 줄여주는 로봇 등장

영국에선 세계 최초로 '라즈베리 채집 로봇'을 농가에 시범 도입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 26일(현시 시각) "브렉시트의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 수가 줄면서 영국 농가들이 인건비 상승에 고심하고 있다"며 "채집 로봇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개발하는 데만 70만파운드(약 10억5400만원)가 들어간 이 로봇의 이름은 '로보크롭'. 플리머스 대학이 세운 '필드워크 로보틱스'가 개발했다. 이 로봇은 운반 카트에 팔이 하나 달린 형태다. 바퀴를 이용해 라즈베리 나무 사이를 돌아다닌다. 로봇팔은 2개의 집게가 있고, 그사이엔 카메라가 있어 라즈베리의 형태·색깔·크기 등을 인식해 잘 익은 라즈베리를 골라서 딴다. 방대한 양의 라즈베리 사진과 영상을 학습한 AI(인공지능)를 로봇에 탑재해 익지 않은 과일은 따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보크롭은 하루에 2만5000개 이상의 라즈베리를 채집한다. 사람 3명이 8시간씩 3교대로 채집을 하는 것(1만5000개)보다 1만개나 많다. 이 업체 관계자는 "라즈베리는 조금만 세게 잡아도 쉽게 짓물러지는 과일"이라며 "앞으로 여러 과일이나 채소로 사용 범위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집 로봇은 미국·유럽·이스라엘 등지에서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루트AI'는 지난 20일 토마토 익은 정도를 판별해 채집하는 로봇 '버고1'을 공개했다. 이스라엘의 '메토모션'도 지난해 토마토 채집에 쓰이는 로봇 '그로우(GRoW)'를 선보였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전 세계 온실 재배 품종 중 35%는 토마토"라며 "조만간 1만6000여 대의 채집 로봇이 보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아스파라거스·사과를 수확하는 로봇이 나왔고 호주에서는 잡초를 제거하는 로봇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고층 빌딩의 유리창을 닦는 로봇

배송·농업과 같은 노동 집약적인 업무뿐 아니라 위험하다는 이유로 생명 보수를 받고 일하는 작업에도 로봇의 투입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24일(현지 시각)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는 고층 건물 유리벽을 청소하는 로봇이 등장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스카이라인 로보틱스'가 개발한 '오즈모'라는 이 로봇은 주황색 로봇팔 형태를 하고 있다. 외벽에서 상하로 움직이는 승강기에 탑승해 팔 끝에 달린 청소도구로 유리창을 닦는다. 이 업체에 따르면 40층짜리 건물을 청소하려면 3명의 인부가 약 480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하지만 오즈모 2대는 1주일 만에 모든 청소를 끝마칠 수 있다. 야론 슈바르츠 스카이라인 로보틱스 공동창업자는 "고위험·저소득의 블루칼라 직종을 대체하는 로봇이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고층 건물 외벽 청소 외에도 다양한 위험 직종의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미래에는 더럽고 재미없는 일은 로봇이 도맡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