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빈자리 VC로 채웠지만…안정적 자금조달 역부족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를 금융주력자로 내세운 ‘토스뱅크’가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에서 탈락한 가운데, 지난 3월 비바리퍼블리카가 파트너였던 신한금융지주를 내친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 벤처캐피탈(VC)들로 신한금융의 빈자리를 채웠지만, 이들로는 안정적인 자금조달 능력을 증명하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사업자 인가 여부를 심사한 외부평가위원회는 "출자능력과 직결되는 지배주주 적합성, 자금조달 능력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의견을 받아들여 토스뱅크에 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토스뱅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토스뱅크가 불합격 통보를 받은 것은 해외 VC 위주의 주주 구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비바리퍼블리카는 신한금융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토스뱅크를 추진해왔지만 사업 모델과 주도권 등을 두고 이견을 빚었다. 당시 신한금융은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생활 전반에서 활용성이 높은 오픈 뱅킹 형태를 원한 반면, 토스는 소상공인 대출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소규모 전문 은행을 지향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신한금융은 단순히 지분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길 원했지만, 토스 측은 사업 주도권을 확실히 갖길 원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사간 이견 때문에 비바리퍼블리카 측에서 먼저 신한금융에 함께할 수 없다고 연락했고, 신한금융도 검토 끝에 불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이때 신한금융을 내친 것이 인터넷전문은행 탈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비바리퍼블리카가 60.8% 지분으로 주도하고 VC인 알토스벤처스와 굿워터캐피탈이 9%씩 투자하는 구조를 만들어 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외평위원들은 비바리퍼블리카의 계속되는 적자와 자본 차익을 목표로 하는 VC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은행업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을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만큼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파트너를 만나기 쉽지 않은데, 이 신한금융을 버리고 본인들이 금융주력자를 하겠다고 하니 당국은 물론 업계에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최소 1조원 이상의 자본이 필요한데, 대형 금융회사 하나 없이 VC만으로 주주를 꾸린 것은 비바리퍼블리카가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신한은행 본점.

비바리퍼블리카가 혁신에 치우친 나머지 은행업의 무게를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객 돈을 직접 관리해야하는 만큼 자본에 대해서 보수적으로 접근했어야 하는데, 신한금융의 빈자리를 VC로 채운 것은 은행업에 대해 아직 이해도가 낮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돈에 대한 엄중함과 진정성, 그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시작해야 하는 것이 금융업"이라며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처럼 투자금만 많이 끌어온다고 되는 것이 아닌데, 비바리퍼블리카가 이에 대해 다소 가볍게 생각한 듯 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3분기중 예비인가 신청 공고를 내고 4분기 중 예비인가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탈락한 토스뱅크도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보완해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토스뱅크가 제출한 사업보고서 내용과 구체적 평가 점수도 공개하지 않았다. 토스뱅크가 재도전해달라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재도전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선 재도전한다 해도 신한금융같은 대형 투자자를 찾는 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인터넷전문은행에 지분을 투자해도 기업 입장에선 크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라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 신한금융과 갈등이 한 차례 드러난 만큼 ‘말 잘 듣는’ 투자자를 원한다는 인식이 박혀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