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의 서비스 경쟁이 뜨겁다. 대형 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 전유물이던 국제선 터미널 라운지를 신설하고, 넓은 좌석과 편리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손님 끌기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올 1분기 국제·국내선 이용객은 총 3057만명으로 사상 최초로 3000만명을 돌파했다. LCC 업체 고위 임원은 "항공 시장이 이렇게 급팽창하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가 경영권 위기와 매각 이슈로 주춤한 요즘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적기(適期)"라고 말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저가·특가 항공권 등 가성비 위주 전략은 운임 경쟁을 심화시켜 장기적으로 성장 한계를 불러올 수 있다"며 "LCC들이 다양한 등급의 차별화 서비스 등을 내세우며 고급화로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빔밥도 만들어 먹는 LCC 라운지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4층 제주항공 'JJ라운지'는 6월 1일 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외부에선 들여다볼 수 없도록 차단막으로 가린 채 각종 시설과 서비스 테스트가 곳곳에서 진행됐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터미널에 LCC 라운지가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나 일등석 라운지가 있던 550㎡ 공간으로, 지난해 운영을 시작한 김해공항 에어부산 라운지의 2.5배 규모다. 140명 정도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다.

라운지 한가운데 있는 'DIY 테이블'이 눈길을 끌었다. 각종 나물 등 비빔밥에 넣어 먹을 14가지 음식 재료와 보말(고둥의 제주 방언)죽, 성게 미역국, 흑돼지 구이 등 제주 특산 메뉴가 놓여 있었다. 간단한 스낵류 위주인 대형 항공사 라운지에선 볼 수 없는 밥상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비빔밥과 샌드위치를 라운지 이용자들이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어린이를 동반한 여행객을 위해 파티션으로 구분한 '가족석', 해외 주요 도시의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여행자의 방'도 선보였다. 라운지 이용료는 어른 2만5000원, 어린이는 1만5000원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단골 고객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좌석 고급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대형 항공사의 비즈니스석과 비슷한 편의를 제공하지만, 요금을 낮게 책정해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은 이르면 오는 7월 부산~싱가포르 노선에서 '뉴 클래스(New Class)' 좌석을 선보인다. 현재 76~78㎝ 정도인 앞뒤 좌석 간격을 104㎝로 대폭 늘린 12석을 모아놓은 공간이다. 일반석 189개를 운영하던 B737-800 항공기에 뉴 클래스를 도입하면 전체 좌석이 174개로 줄어든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우에 3개씩 배치했던 좌석이 2개씩으로 줄어든다. 이스타항공은 새로 도입하는 중·장거리용 신규 항공기에 좌석을 적게 설치하기로 했다.

최근 신규 사업권을 확보해 내년 9월 첫 항공기를 띄우는 에어프레미아는 좌석 앞뒤 간격이 106㎝인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한다.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 일본 오사카와 나리타, 홍콩 노선 등에 우선 선보일 예정이다. 김문권 에어프레미아 실장은 "이코노미석 좌석 간 거리를 전 세계 항공사 중 가장 넓은 89㎝ 정도로 운영하지만, 가격은 대형 항공사의 80~90%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속~고급형, 기내 서비스도 다양

기내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거한 저가 실속형 위주에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덧붙인 고급형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에어부산은 이달 초 사전 좌석 선택, 기내식 주문 등 서비스를 묶어 따로 구입할 때보다 40%가량 저렴하게 판매하는 '번들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스마트·스마트 플러스·프리미엄 등 3단계로 등급을 나눴다. 기본형인 '스마트 번들 서비스'는 앞좌석과 비상구 좌석을 제외한 일반 좌석을 사전 선택할 수 있고, 위탁 수하물을 15㎏까지 맡길 수 있지만, 최고급 '프리미엄 번들 서비스'는 앞좌석과 비상구 좌석을 포함한 전 좌석에 대한 사전 좌석 선택이 가능하고, 위탁 수하물을 23㎏까지 실을 수 있다. 김해공항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다.

진에어는 기내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지니 스토어'를 개편해, 원하는 주소로 배송해 주는 '기내 홈쇼핑' 서비스를 시작했다. 에어프라이어, 차량용 공기청정기, 블렌더 등을 인터넷 최저가보다 최대 22% 할인 판매한다.

최근 급증하는 외국인 방한 관광객을 겨냥한 맞춤형 승무원 서비스도 도입했다. 제주항공은 최근 베트남 국적 객실 승무원 10명을 하노이·호찌민 등 베트남 노선에 투입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방문한 베트남 여행객은 2014년 14만1500명에서 지난해 45만7800명으로 3배로 늘었다.

LCC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가 곧 시작되는 것도 희소식이다. 발급량 기준 세계 최대 카드사인 유니온페이는 올 상반기 중 국내 6개 저비용 항공사에서 모두 쓸 수 있는 통합 마일리지 카드를 출시할 방침이다. 국내 6개 LCC 어느 곳을 이용하더라도 포인트를 쌓을 수 있고, 이 포인트로 LCC 항공권 구입이나 유료 기내식 주문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고 항공사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가격 이외에 여러 가지로 다양해지고 있다"며 "최근 LCC에 대한 부가 서비스 소비자 민감도가 높아지는 만큼 앞으로 고급화·차별화 서비스 제공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