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나 한 기대였고 지역 민심도 다시 돌아서지 않았다.

일산을 지역구로 둔 김현미 국회의원 겸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도권 3기 신도시 조성에 반발하는 수도권 서북부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한 광역 교통망 확충안을 내놨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분노가 들끓었던 일산 시민들은 정부 추가 대책을 기다렸지만, 결국 두 번 실망한 셈이 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수도권 서북부 교통망 확충안을 발표했지만, 기존 정책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고 실효성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을 2023년 말까지 개통하고 인천지하철 2호선을 일산까지 연장하겠다고 했다. 또 2021년 7월 개통 예정인 대곡~소사 복선전철을 경의중앙선을 통해 일산·파주까지 연장 운행하고, 서울지하철 3호선을 파주까지 연장 운행하는 방안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추가 교통망 확충안이 나오긴 했지만, 수도권 서북부는 별다른 이점도 없는 데다 이미 나온 내용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일자리가 있는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아지는 광역교통망 개선대책은 GTX 개통과 지하철3호선 파주운정 연장 등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인천이나 부천 소사 등 인접 도시와의 연결성을 높이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대곡~소사선을 필두로 GTX-A노선이 2023년 말 개통되고, 이어 인천 2호선,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장이 차례대로 완료되면 서울~문산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수도권 서북부의 도시환경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국토부 자평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한 이용자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은 이제 신도시 조성을 위해 삽을 뜨기 시작한 검단과 인천의 구도심인 주안 등을 연결하는 철도인데, 이를 김포·일산과 연결한다고 해서 어떤 이점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이 2016년 총선에서 경기 고양시(정)에 출마할 때 대곡에서 김포공항을 거쳐 소사전철사업을 조기 완공하고, GTX 완공을 앞당기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적이 있어 과거 공약을 다시 되풀이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지하철 3호선 파주운정 연결도 마찬가지다. 당시 김 장관은 파주운정까지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을 이끌어내 가좌마을역, 덕이역을 차질없이 신설하겠다고 했다.

수도권 서북부가 바라보는 3기 신도시 정책의 핵심은 정부의 어설픈 주택 공급정책이다. 2기 신도시 광역교통망도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도시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데,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인근에 신도시를 만드는 건 앞뒤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이들은 차라리 신도시가 자족할 수 있는 시설을 유치하거나 서울까지의 교통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의 정책이 나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산의 대표적인 여성 온라인 카페 한 이용자는 "누가 인천에서 일산을 자주 간다고…일자리도 다 서울에 있는데 당연히 서울까지 연결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고, 다른 이용자는 "김현미 장관이 결국 일산 주민을 무시한 것과 다름 없는 수준에서 간담회를 마쳤다"며 이번 주말 일산동구청 앞 집회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3기 신도시에 반발하는 일산신도시연합회는 "3기 신도시 대책은 기존 1·2기 신도시 문제의 대책에서 새로운 것이 없는 지난 총선의 지역공약을 재확인하는 수준으로, 지역 민심 달래기용에 지나지 않기에 지역 여론은 절망과 분노로 가득하다"며 "기존 신도시에 근본적 교통대책과 도시 재생 정책으로 삶의 질을 높여 서울의 인구를 흡수하는 선순환적인 도시정책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에선 "그나마 장관이 말이라도 꺼낸 게 어디냐"며 이런 대책조차 없는 지역이 대부분이라는 반발도 터져나오고 있다. 일산에서 정치권을 겨냥한 집회를 열며 후속 교통대책들이 나오자 인천 검단신도시나 남양주 다산신도시 주민들도 "집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하면, "김현미 장관이 지역구인 일산만 밀어준다"는 반응까지 쏟아지고 있다.

수도권 거주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온라인 카페 한 이용자는 "검단신도시는 7만5000가구가 분양 중인데, 3시 신도시 발표로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 없게 됐다"며 "정부가 지정한 2기 신도시가 이제 분양을 시작하는데, 미분양이 반복되면 과연 (사업이) 진행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