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TDF(타깃 데이트 펀드·Target Date Fund)가 등장한 지 3년여 만에 TDF 시장이 1조6000억원대로 성장했다. 은퇴 후 노후 대비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TDF는 고객의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타깃 데이트)으로 정해두고, 그때까지 자산 가치를 최대한으로 불릴 수 있도록 운용사가 알아서 돈을 굴리는 상품이다. 처음엔 주식 등 고위험 상품 비중이 높다가 은퇴가 가까워 올수록 채권 등 안정적인 자산 비중을 높인다.

23일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 8개 자산운용사가 TDF2020부터 TDF2050까지 5년 단위로 총 7개 종류의 은퇴 목표 시점별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은 크게 해외 액티브형, 패시브형, 독자 운용형 등 세 가지 운용 스타일로 구분이 된다. 액티브는 펀드매니저가 고수익이 날 만한 개별 종목을 골라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전략, 패시브는 주가지수의 평균 상승률을 따라가도록 설계한 전략을 가리킨다.

각각 스타일별로 운용 전략과 보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 가입할 때 이를 꼼꼼히 살펴본 뒤 상품을 골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편 TDF도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미국 운용사 노하우 담은 삼성·한국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우리나라에 TDF를 들여오면서 미국 주요 TDF 운용사들과 제휴를 맺어 자산 운용 노하우를 얻고 있다. 그중에서도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의 액티브 펀드 운용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한국형TDF'는 자산 대부분을 캐피털그룹이 운용하는 13개 펀드에 재간접 투자한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 자산은 거의 편입하지 않고, 미국, 유럽, 아시아, 신흥 시장의 주식·채권 등 글로벌 자산에 투자해 한국 시장 상황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의 티로프라이스와 손잡고 'TDF알아서' 시리즈를 내놨다. 해외 자산은 티로프라이스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하고 국내 자산은 30% 이내로 편입해 독자적으로 투자한다는 점이 삼성자산운용과 다른 점이다.

◇저렴한 운용 보수 중요하면 KB·키움

은퇴까지 수십 년 투자하는 TDF의 특성상 보수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펀드 보수는 투자 기간 내내 매년 일정 비율로 떼기 때문에, 보수가 0.1%포인트만 달라도 최종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B자산운용이 출시한 '온국민TDF'는 펀드 보수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KB운용은 세계적인 ETF(상장지수펀드) 운용사인 뱅가드와 협력해 펀드 자산을 ETF 등 패시브 펀드에 투자하는 대신 비용을 크게 낮췄다. '온국민TDF2045'의 총보수는 0.985%(A클래스 기준)로 외국계 운용사와 합작한 타 운용사 상품에 비해 저렴하다. KB운용 관계자는 "10년간 매월 30만원씩 적립할 때, 보수가 0.3%포인트 낮은 펀드에 가입하면 71만9453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글로벌 운용사 SSGA의 TDF 자산 배분 모델을 적용한 '키워드림TDF'를 내놨는데, 역시 비용이 낮은 ETF 위주의 패시브 펀드를 주로 담고 수수료를 낮췄다.

◇독자 운용 전략 짠 미래에셋·한화

한화자산운용의 라이프플러스TDF는 자산군에 따라 운용 전략을 이원화했다. 미국 중소형주, 신흥국 채권, 하이일드 등은 개별 투자처를 직접 찾는 액티브 전략을 사용하고, 미국 대형주처럼 주가지수를 따라가는 자산은 패시브 전략에 따라 투자한다. 라이프플러스TDF2045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4%에 육박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운용사와 협력하지 않고 두 가지의 독자적인 TDF를 개발했다. 우선 전 세계의 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 등에 분산 투자하는 '자산배분TDF'가 있다. 분산 투자해 변동성이 낮다. '전략배분형TDF'는 채권형 상품보다 주식형 상품을 더 많이 담는 주식혼합형 상품이다. 시장이 요동쳐도 수익을 내는 '절대 수익 전략' 등을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