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업체들은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라는 난제에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식물성 원료를 이용해 자연에서 썩게 되는 '바이오 플라스틱' 제조 기술은 갖고 있지만, 대부분 연구소 수준에 머물러 있다. SK케미칼은 최근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PLA(polylactic acid) 플라스틱 관련 신기술을 확보했다. 기존 PLA는 섭씨 50도에서 변형됐지만, 신제품은 100도까지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상업 생산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화학회사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관련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국내 화학회사들의 친환경 플라스틱 기술이 답보 상태인 것은 상업성 때문에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탓이다. 보통 친환경 플라스틱 가격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1.5~2배 정도 비싸다. 이 때문에 제조·유통업체들이 사용을 꺼린다. 한 화학회사 관계자는 "몇 년 전에 친환경 플라스틱을 이용한 비닐봉지를 만들었지만, 구매하겠다는 곳이 없어 사업을 접었다"며 "그러다 보니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은 더 낮다. 건축자재 회사인 LG하우시스와 현대L&C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가구용 필름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 화학회사 가운데 바스프 수준의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기술을 개발 중인 곳은 없다. 한 화학회사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플라스틱 생산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 됐지만, 재활용 관련 기술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친환경차에 보조금을 주듯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해서도 보조금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투자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켐사이클링(ChemCycling)

바스프가 '화학적 재활용(Chemical Cycling)'을 합성해 만든 용어. 기존 폐플라스틱을 녹여 재가공하는 방식은 이물질이 있거나 종류가 다른 플라스틱이 있으면 이를 분리하는 비용이 더 들어 사실상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켐사이클링은 폐플라스틱을 가열해 오일·가스를 추출해 낸 뒤 이를 원료로 사용해 다시 플라스틱을 만들기 때문에 재활용 비율이 높고 효율적이다.

☞페어분트(Verbund)

결합·통합을 뜻하는 독일어. 200여 공장이 파이프로 연결된 바스프의 공장 시스템을 뜻한다. 파이프로 연결돼 있다 보니 A공장의 부산물을 B공장에서 재활용하는 식으로 투입된 자원의 93%를 모두 쓰고 7%만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