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대의 발명품'으로 칭송받던 플라스틱이 '인류 최대 골칫거리'가 됐다. 해마다 3억t의 플라스틱이 나오지만 이 중 20%만 재활용되고, 대부분은 매립·소각되거나 바다에 버려져 지구 환경을 망친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세계 최대 폐플라스틱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지난해 더 이상 "쓰레기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 각국의 플라스틱은 더 갈 곳도 없어졌다.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화학 기업들은 갈수록 강해지는 환경 규제와 비판 여론 등 각종 도전에 직면해 있다. 환경 문제를 외면하고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154년 역사의 세계 최대 화학 기업인 바스프(BASF)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 '미래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인류가 지금까지 써본 적이 없는 완전히 다른 플라스틱, 완전히 다른 재활용 방식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축은 크게 2가지다. 먼저 '잘 썩는 플라스틱'을 만들고 있다. 음식물처럼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 사용 후 그냥 버려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썩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획기적인 플라스틱이다. 또 하나는 9% 수준에 그치는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획기적 재활용 기술이다.

플라스틱을 수거해 다시 녹여 재생 플라스틱을 만드는 지금의 방식은 이(異)물질이 남아 있으면 제거 비용이 더 들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재활용을 해 플라스틱을 다시 만들어내더라도 이 재생 플라스틱은 회색으로만 생산돼 활용에도 제약이 많다.

바스프는 폐플라스틱을 열처리해 새로운 형태의 '오일·가스'로 만든 뒤 이를 원료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켐사이클링(Chemical recycling·화학적 재활용)' 기법을 개발했다. 플라스틱을 플라스틱으로 재생하는 게 아니라 아예 원료 단계로 돌아가 형형색색의 새 플라스틱을 만드는 획기적 방식이니 이물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달 8일, 독일 만하임 근교의 바스프 본사를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안드레아스 키허러 바스프 지속가능성 전략책임자는 "화학이 야기한 문제는 화학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