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원 업체인 BHP그룹의 주주(株主)들은 지난 1월 깜짝 선물을 받았다. 회사가 미국 셰일가스 관련 자산을 팔아 남긴 이익을 주주들에게 주당 2.04달러씩 특별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BHP그룹은 석유뿐 아니라 석탄·철광석·금·니켈 등 다양한 광물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BHP그룹은 지난 3월에도 1.1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했고, 올 하반기엔 약 1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현 주가 수준(52달러)을 고려하면 예상 배당 수익률은 8.5%에 달한다.

BHP그룹처럼 배당금을 늘린 글로벌 기업들이 늘면서 올 1분기(1~3월) 전 세계 상장사들의 배당금이 전년보다 7.8% 증가한 2633억달러(약 314조원)로 분기당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1년 동안의 배당금 총액 역시 신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인 야누스 핸더슨은 21일 올해 전 세계 배당금 총액이 지난해보다 4.2% 증가한 1조4300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야누스 핸더슨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이 채권·금 같은 안전 자산으로 몰려가고 있지만 배당 재테크의 매력은 여전히 높다"며 "글로벌 배당 상품은 장기적으로 수익을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는 안정적 투자처"라고 했다.

◇사상 최대치 찍은 전 세계 배당금

우리보다 앞서 고령 사회에 들어선 일본에선 50~60대 은퇴자들이 글로벌 배당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에서 '미국주 투자 실전 일기' 사이트를 운영 중인 L씨는 도쿄 인근에 거주 중인 50대 일본인 남성이다. 30년 가까이 일한 회사를 작년 말 조기 퇴직한 그는 현재 배당금만 갖고 생활하는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다. L씨의 포트폴리오는 자산의 90%를 미국에 상장된 고배당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일본 주식으로 운용하는 구조다. 이렇게 해서 연간 배당 수입으로 400만엔(약 4400만원)을 받아 4인 가족의 생활비로 쓰는 게 목표다.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예금이나 채권만 갖고선 은퇴 자금을 마련하기도, 운용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한국에서도 일본처럼 글로벌 배당 투자로 노후의 현금 흐름을 준비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준 더퍼블릭투자자문 대표는 "한국은 오너 지분이 높다 보니 배당에 인색하지만, 미국 기업들은 국내 기업보다 배당 성향(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순이익 비율)이 두 배 이상 높다"며 "해외 기업들은 매달 혹은 분기마다 배당을 하기 때문에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평균 배당 성향은 47.8%로 한국 배당 성향(20.7%)의 두 배를 넘었다.

◇글로벌 배당 펀드, 올해 11% 수익률

전 세계 배당금 규모가 커지면서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글로벌 배당주 펀드도 선전하고 있다. 21일 제로인에 따르면 글로벌 배당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1%였다. 최고 성과를 올린 펀드는 대신운용의 글로벌 고배당 펀드(UH)였다. 연초 이후 23%의 수익률을 거뒀는데, 환 노출형 상품이어서 달러 가치 상승에 따라 수익률도 높아졌다.

국내에서 설정액(4230억원)이 가장 큰 글로벌 배당 펀드는 피델리티운용의 글로벌 배당인컴 펀드인데, 연초 이후 성과는 13%였다. 3년(26.2%), 5년(45.6%) 등 장기 성과가 양호해 투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올해도 3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왔다.

다만 글로벌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이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매슈 제닝스 피델리티운용 투자 이사는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승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매우 긴 기간"이라며 "올해 남은 기간과 2020년에 대한 전망은 다소 조심스럽다"고 내다봤다. 미국을 중심으로 상당수 기업의 이익이 최고치에 달했는데, 향후 기업 이익을 훼손하고 압박할 수 있는 변수(포퓰리즘, 임금 인상, 무역 관세 등)들은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닝스 이사는 "유니레버나 콜게이트같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필수 소비재 업종과 손해보험사나 거래소 같은 금융 업종 등으로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