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한국전력(015760)강남지사 앞에 한전 소액주주 11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회사의 주가 급락이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했다. 소액주주 손에는 '한전 죽이는 문재인 정부의 하수인 김종갑 사장은 주주에게 사죄하라’는 현수막이 들려있었다. 분기마다 1조~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던 회사가 한순간에 적자 회사가 됐으니, 주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국민들은 한전이 6년만에 적자(영업손실 2080억원)를 내는 것을 지켜봤다. 원전을 가동해 전기를 모기업인 한전에 파는 한수원 또한 10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한전은 적자 원인으로 유가상승을 꼽았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값싼 원전 발전 비중을 줄이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태양광·풍력 발전을 늘린 상황에서 흑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전 또한 지난달 공시에서 "에너지믹스 전환(재생에너지 증대와 탈원전)을 위한 전력시장제도 개편에 대비해 대규모 설비투자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소요되는 정책비용의 증가 등으로 연결회사의 재무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전이 적자를 냈다고 해서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을 당장 올리진 않겠다고 했지만, 급격한 탈원전 정책으로 발전 공기업들의 적자가 계속 늘어나 커진다면 결국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 현 정부에서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음 정부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어떻게 하겠는가.

한국에서 앞서 탈원전 정책을 시행 중인 벨기에는 지난해 9월 전기요금이 메가와트시(MWh)당 411유로까지 올랐다. 원전이 정상 가동됐을 때(MWh당 60.19유로)와 비교해 6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은 물론, 정책의 영향에 대해 국민들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을 정부만 부정하면 안 된다. 한전 소액주주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없다고 한 것에 대해 "한전의 막대한 부채와 손실을 다음 정권,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비겁한 정책"이라고 했다. 급격한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미래 국민들이 받게 될 ‘탈원전 청구서'가 얼마나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