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Investor-State Dispute·투자자-국가 소송)는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개발도상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인 투자자로서 해당 국가에서 내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해 이런저런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수단이다.

문제는 ISD가 태생부터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 제도인 만큼, 피소된 정부 측에 불리한 결정이 난 확률이 60%가 넘는다는 점이다.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1987년부터 2017년 말까지 제기된 역대 ISD 855건 가운데 조정이나 판결이 마무리된 548건의 정부 승소율은 37%에 불과했다. 28%는 투자자에 유리한 결정이 났고, 23%는 양자 합의로 끝나 정부 부담이 어떻게든 발생했다. 나머지는 양측이 결정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거나 소송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은 것들이다.

ISD가 본안 소송까지 간 경우만 추려보면, 소송에서 투자자가 이긴 경우가 61%로 정부가 이긴 경우(39%)를 압도했다. ICSID의 2018년 연차 보고서를 봐도 지난 1년간 24건에 대해 판결을 내렸는데 15건(63%)에서 투자자의 손을 들어줬다.

역대 최고액 ISD는 러시아 정부가 당했다. 2003년 러시아 정부는 푸틴의 정적인 에너지 기업 유코스 회장을 탈세·횡령 혐의로 기소했고, 회사는 파산 후 국유화됐다. 유코스의 외국인 주주들은 1140억달러(약 136조원)짜리 ISD를 제기해 500억달러(약 60조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이 소송에 참가한 주주 중 하나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작년 7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7억2000만달러(8600억원) 규모의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