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과 지방에서 후분양으로 공급된 아파트 단지의 청약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서울 아파트에는 수요자가 몰렸지만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곳은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당하며 대부분이 미분양됐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서울 후분양 단지에는 수요자가 크게 몰렸지만, 그렇지 않은 일부 수도권과 지방 후분양 단지는 미달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를 통해 후분양 단지의 청약결과를 살펴본 결과 코오롱글로벌이 충남 천안 동남구 청당동에 공급한 ‘천안 청당 코오롱하늘채’는 일반공급을 통해 97가구를 공급했지만, 특별공급에서 신혼부부 기타지역 청약 신청 1건이 들어오는데 그쳤고, 1순위 청약도 단 18가구가 신청해 78가구가 미달했다. 이 아파트는 지역주택조합아파트로, 올해 9월 입주 예정이며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가구를 이달 분양했다.

대림산업이 경기도 용인 처인구 남사면에 공급한 테라스하우스인 ‘e편한세상용인파크카운티’는 내달 입주 예정인데, 74가구 공급에 69명만 청약해 5가구가 미달했다. 명신건설이 지난달 경남 남해에 공급한 ‘남해 더 나음’은 1순위서 44가구를 공급하는데 18명만 청약 신청했고, 유림이엔씨가 올 1월 경남 양산에 공급한 ‘양산유림노르웨이아침’은 1순위서 108가구를 모집하는데 76가구가 미달했다. 남해 더 나음은 이달, 양산노르웨이아침은 지난 2월부터 입주가 진행됐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은 후분양 단지인 데도 청약 열기가 상당했다. 3월 후분양으로 공급된 서울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파크자이’ 43가구는 36.7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후분양으로 공급된 물량은 조합 보류지와 현금청산자 물량이다. 부영이 위례신도시에 지은 ‘포레스트 사랑으로 부영’은 전용 85㎡ 초과 551가구를 모집하는데 1319건이 몰려 2.3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후분양 단지의 청약 결과가 엇갈린 건 집값 전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의 경우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일종의 ‘서울 불패론’이 수요자들에게 강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후분양에도 실수요와 함께 투기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백련산파크자이의 경우 전용 84㎡ 기준으로 후분양가가 2016년 선분양 당시보다 1억원 넘게 올랐지만, "이 정도에 사더라도 서울 새 아파트니 손해 볼 일은 없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수요자 사이에서 퍼졌다.

공급물량 과잉과 지역산업 침체로 집값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은 수도권 일부 지역과 지방 후분양 단지는 소비자의 눈 밖에서 벗어나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 후분양으로 공급된 단지의 경우 중소 건설사가 한두 동짜리 소규모 단지로 공급한 사례가 많은데, 소비자들은 브랜드 경쟁력도 달리고 집값도 부진한 상황에서 새 아파트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후분양제 활성화도 요즘 같은 주택경기에선 돈 될 곳과 안 될 곳의 극심한 양극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주거종합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공공주택 물량의 70%를 후분양하고, 민간에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후분양을 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이 커지면 굳이 집값이 안 오를 아파트를 분양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청약 양극화도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