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주문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온라인 쇼핑몰 업체인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경찰에도 고소(告訴)하기로 했다. 음식 배달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든 쿠팡이 우아한형제들과 계약을 맺은 식당 업주들을 상대로 "기존 계약을 해지하면 큰 혜택을 주겠다"며 자신들과 계약하는 것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쿠팡 직원과 식당 업주 간 녹취록을 증거 자료로 입수했다"고 했다. 쿠팡은 "일부 영업사원의 실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음식 배달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벤처기업인 우아한형제들이 독주해온 음식 배달 시장이 2016년 12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업계 추산)으로 급팽창하자, 지난 1~2년 새 네이버, 카카오, 쿠팡, 위메프, 우버 등 국내 포털·쇼핑몰은 물론이고 해외 차량 공유업체까지 뛰어들고 있다. 그런 경쟁이 마침내 법적 공방(攻防)으로 번진 것이다. 말 그대로 음식 배달 앱 전쟁이다.

◇배달의민족 "쿠팡을 신고·고소"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 강남구의 한 한식당에 쿠팡의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의 영업 담당자 두 명이 방문했다. 쿠팡이츠는 배달이 되지 않는 유명 맛집의 음식을 배달원이 대신 받아다가 고객 집까지 갖다주는 서비스. 다음 달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기존 짜장면·치킨 배달 주문 중개보다 한 발 더 나갔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민라이더스'가 현재 이 시장 1위다.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날 식당을 방문한 쿠팡 영업 담당자들은 업소 사장에게 "배민라이더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쿠팡과 독점 계약하는 조건으로, 지금까지 월 (음식 배달) 매출 중 최대치를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계약 변경으로 매출이 떨어져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최대 매출을 보장한 것이다. 쿠팡 담당자는 "배민라이더스에서 최근 6개월 내 주문 수 상위 50개 업체를 뽑아 단독 제안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50개 업소는 매월 음식 배달로만 1000만~5000만원씩 매출이 일어나는 알짜 업소라는 것이 우아한형제들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상위 50개 매장 가운데 30곳 이상이 쿠팡으로부터 이 같은 제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은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경쟁자를 배제하려는 영업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했다. 타사와 '계약 해지'를 조건으로 혜택을 주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고, 영업 기밀인 매출 상위 50곳의 리스트를 확보한 경위에 대해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쿠팡은 "회사 차원의 정책이 아닌 일부 영업사원이 실수한 것"이라며 "업소 리스트는 배민이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치킨 0원' 행사까지

현재 음식 배달 시장에는 '제 살 깎아 먹기' 할인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계인 딜리버리히어로의 음식 주문 앱 요기요가 지난 2월 '치킨 반값' 이벤트를 시작하자, 배달의민족은 '치킨 0원' 행사로 맞불을 놨다. 양사(兩社) 앱에는 행사 때마다 먹통이 될 정도로 고객이 몰려들었다. 주문 폭주로 배달을 못 하는 치킨집이 속출해 "오늘은 배달 안 되고 일단 주문하면 이번 주 안에 갖다주겠다"는 경우까지 나왔다.

업계에선 두 회사가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올해 1000억원 안팎의 마케팅비를 쏟아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 앱 시장이 커진 것은 음식 주문이 쉽고 편리해지면서 고객들이 피자·치킨·짜장면을 주문하는 횟수가 늘어난 데다, 기존엔 배달이 안 되던 유명 맛집의 회·삼계탕·삼겹살 등까지 '배달의 영역'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어쨌든 업체 간 경쟁으로 소비자는 혜택을 본다"는 입장이다. "무분별한 경쟁의 이면(裏面)에서 일부 업주는 피해를 본다"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0원 혹은 반값 이벤트'가 벌어질 때 배달 앱에 입점(入店)하지 않거나, 치킨·짜장면 등을 팔지 않는 다른 식당들은 매출이 급감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