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판단 잘못됐고 중앙은행 독립성 부족도 문제
'최저'보다 평균임금 인상해야…기업하기 좋은 환경 필요
근로시간 단축, 취지 좋지만 강제하면 역효과 날 수 있어"

"한국 시장은 투자 대상으로 매력적이지만, 한국 정부의 정책 몇 가지가 이상적이지 않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회사 피셔 인베스트먼트를 이끄는 켄 피셔 회장이 한국 시장에 대해 이 같은 평가를 내놨다.

그는 크게 ▲중앙은행의 섣부른 단기 금리 인상 ▲중앙은행 독립성 부족 ▲강제적 지역 분산 정책 ▲근로시간 단축 의무화 등 4가지 정책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유인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 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서는 평균 임금 인상을 위한 법인 세제 혜택이 더욱 이상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켄 피셔 회장은 "중요한 것은 경제 정책을 유연하게 유지하는 것"이라며 "평균 임금 상승을 위해서는 경제 전반을 성장시켜야 하고 그럴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2019에 참가한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임금 상승을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켄 피셔 회장은 조선일보 주최로 14~15일 이틀 간 열린 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강연 차 참석했다. 그는 워런 버핏이 정신적 스승으로 꼽는 성장주 투자의 거장 ‘필립 피셔’의 아들로, 현재는 아버지 못지 않은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 전략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1979년 설립한 피셔 인베스트먼트는 주요 선진국의 대형 기관 및 연기금과 고액 자산가를 고객으로 둔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켄 피셔는 현재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사 회장 겸 공동 최고운용책임자를 맡고 있다. 그가 1970년대에 작업한 이론은 투자 분석 도구인 주가매출액비율(Price-to-Sales ratio)의 바탕 이론이 됐으며, 이는 오늘 날 금융 교육과정에서 핵심적인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켄 피셔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관세 추가 인상이 단행돼도 충격은 일부 기업에 국한된다고 봤다. 한국 증시의 경우 타격이 클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큰 틀에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한국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켄 피셔 회장과의 일문 일답.

-ALC 연설에서 미·중 관세 전쟁에 대한 시장의 공포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는데, 한국의 경우 양국의 관세 인상으로 실질적인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 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정확하게 말하면 관세 인상에 따른 충격은 기업마다 큰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한국이 수출을 하는 큰 블록이 미국, 중국, 아시아 국가들이다. 관세가 들어가면 중국은 경제가 침체되는 부분이 있지만 모든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주식시장이 요즘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중국과 미국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가 순항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이런 큰 국가들의 경제가 호황일 때 끌려가는 경제 구조다. 결론적으로 큰 나라들이 잘 되면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도 잘 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이 투자 대상 국가로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뜻인가.

"그렇다. 구조적 측면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다만 투자를 고려할 때 한국 정부의 정책 몇 가지가 이상적이지 않은 것이 문제다."

-어떤 정책이 이상적이지 않다고 보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줄 수 있나.

"총 네 가지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중앙은행이 단기 금리 인상을 해야 할 요건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경제가 그렇게 강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중앙은행이 정부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 대상에서 한국을 조금 더 좋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런 문제들이 있어 아쉽다.

세 번째는 부동산 정책이다.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려고 하는 지역 균등 정책을 하고 있는데 사회를 강제적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것은 이상적으로 볼 수 없는 정책이다.

네 번째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것이다. 근로 시간 단축을 허용한 것은 옳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을 강제하고 강요하는 것이 문제다. 이로 인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ALC2019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최근 시행한 최저 임금 인상 정책과 관련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최저 임금을 받는 이들에겐 도움이 되지만, 전혀 직장을 못구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앞서도 언급했 듯 경제 정책을 유연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저 임금보다는 평균 임금을 인상시키는 정책이 더 이상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전반을 성장시켜야 하고 그럴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세금 감면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큰 측면에서는 고용이 창출돼 좋고,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사람들은 집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연설을 통해 미국 대통령 3년차 때 모두 경제나 증시 흐름이 좋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 트럼프 정부가 3년차에 접어들었는데 올해 미국 경제가 호황을 이어가고 증시도 좋을 것이라는 분석인가.

"그렇다. 미국의 제도에 따라 대통령 임기 3년차 때 중간선거가 끝나고 정치적으로 안정화된 시기가 온다. 이 때 각종 경제 부양책들이 많이 시행돼 경제도 그만큼 성장하고 증시도 좋은 흐름을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갖고 있다.

5년 단임제인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미국 주식시장은 기업 분포가 굉장히 다양하고, 대기업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하다. 일본은 15%, 영국이 20%인데 반해 한국은 50%에 이른다. 미국에서 볼 수 있는 패턴이나 지속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올해 같은 경우 삼성이나 LG 같은 기업들이 못 하면서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에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자산 비중에서 미국을 줄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2018년 말 미국 비중을 줄이고 유럽 비중을 늘렸다. 미국보다 유럽연합(EU) 전반에 대한 전망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EU 선거가 지나고 난 후라서 정치적 안정이 찾아오고 각종 경제 부양 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라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조정을 했다. 또 다른 이유는 어떤 지역이든 양적 완화가 끝나고 나면 경제가 좋아지는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EU의 양적완화가 12월에 끝났기 때문에 이 때 비중을 늘렸다."

-한국 투자자 또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둘째 아들이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한국인 며느리를 두고 있고 두 명의 손주도 있다. 이런 이유도 있지만 나는 한국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보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시장을 볼 때 정부의 정책이나 대외 변수에 대해 집중하고, 반대로 한국 내부의 변수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한국 시장의 잠재력은 한국인들 개개인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가 더 좋아진다면 그것은 한국 정부의 정책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역량이 발현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 투자자들이 이런 점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