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위에 탄소섬유와 플라스틱 필름으로 만든 벌새가 앉았다〈사진〉. 미국 퍼듀대 기계공학과의 신얀 덩 교수 연구진은 지난 9일 "벌새처럼 날개를 퍼덕여 공중에 떠있거나 180도 방향 전환까지 가능한 초소형 드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퍼듀대의 벌새 드론은 무게가 12g이며 날개 길이는 70mm다. 벌새보다 50% 정도 더 무겁지만 날개 길이는 엇비슷하다. 날갯짓도 드론이 1초에 34번 해 벌새의 32번과 거의 같다. 특히 날개 양쪽에 모두 모터가 달려 벌새처럼 두 날개를 각각 독립적으로 퍼덕일 수 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으로 벌새의 급회전 등 다양한 비행 기술을 분석해 드론에 구현했다. 날개가 물체에 닿으면 전류가 달라져 장애물을 탐지할 수 있다.

이전에도 벌새나 파리, 꿀벌을 모방한 초소형 비행체들이 개발됐다. 하지만 비행 형태가 단순하거나 효율이 떨어졌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 파리는 전기를 받으면 모양이 바뀌는 압전(壓電)소자로 구동했다. 이 경우 전기가 많이 든다. 이번에는 초소형 모터로 효율을 높였다.

벌새 드론은 건물 잔해처럼 좁은 곳을 자유자재로 비행하며 생존자를 구조할 수 있다. 지금은 전선을 매달아 전기를 공급하지만 현재 무게만큼 더해도 공중에 뜨는 데 문제가 없어 배터리와 탐색용 센서를 장착할 수 있다. 연구진은 벌새의 비행을 연구하는 실험 모델로도 쓸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