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지난달 말 새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 네모'를 선보였다. 자사(自社)의 기존 AI 스피커 '누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7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것이 특징. KT도 이달 초 기존 AI 스피커 '기가지니'에다 11.6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기가지니 테이블TV'를 내놨다. LG유플러스는 이달 초 원통형 화면에 마블의 3D(3차원) 히어로 캐릭터가 나오는 AI 스피커 'U+AI_어벤져스'를 출시했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해 말 자사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10.1인치 화면 장착 AI스피커(U+tv프리)도 내놓은 상태다.

이처럼 '듣는' AI 스피커를 넘어 '보는' AI 스피커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AI 스피커로부터 주로 '듣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정보를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탑재 AI 스피커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이다.

통신 3사, '보는 AI 스피커' 韓 시장 선도

누구 네모는 화면을 통해 기본으로 제공되는 어린이용 영어·수학 놀이학습 콘텐츠(5종)뿐 아니라, 온라인동영상 서비스 '옥수수'에서 서비스되는 '키즈 VOD(주문형 비디오)'를 즐길 수 있다. 어린이가 너무 가깝게 다가와 동영상을 시청하면 시력 보호를 위해 동영상을 멈춘 뒤 자리를 뒤로 옮기라고 자동 안내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음악 감상 시 노래 가사를 확인하거나, 증권·환율 정보 등과 같은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터치 스크린이다. 스피커는 JBL사(社) 제품이 탑재됐다.

기가지니 테이블TV는 부엌·침실·서재 등에서 '보조TV 겸 AI스피커'로 쓸 수 있다. KT의 인터넷TV(올레tv) 셋톱박스 기능이 있기 때문에 탑재 화면을 통해 올레tv의 모든 실시간 채널을 시청할 수 있다. 다시보기(VOD)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홈 사물인터넷(IoT) 기기 제어는 물론이고, 날씨 확인, 스케줄 관리 등 비서 기능도 가능하다. 음악 감상도 할 수 있다. 하만카돈의 프리미엄 스피커가 내장됐다. 앞서 지난해 7월 KT는 화면이 달린 호텔용 AI 스피커를 내놓은 바 있다. 투숙객이 화면을 보면서 음성 명령을 통해 필요한 비품이나 원하는 음식을 룸서비스에 주문하거나 실내 온도 조절을 하는 것이다.

U+AI_어벤져스는 마블 팬을 겨냥한 제품이다. 대기 화면에 아이언맨·헐크·토르·캡틴 아메리카 등 4개의 캐릭터가 기본 제공된다. 블랙팬서, 닥터스트레인지 등 최대 20개까지 추가할 수 있다. 특히 "헤이 클로바, 캐릭터 액션포즈 보여줘"라고 말하면 마블 히어로가 뛰거나 점프하는 액션을 보여준다. 아이돌의 공연을 보여주는 'U+아이돌 라이브'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원하는 아이돌 멤버의 공연 모습을 원통형 화면으로 보는 것. 제공되는 공연 영상이 5300여편에 달한다. 또 날씨·인물·교통 등과 같은 네이버 정보를 음성과 이미지로도 볼 수 있다.

해외선 자리 잡아… 시장 확대에 도움

해외는 이미 '보는' AI 스피커가 자리를 잡았다.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지난 2017년 7인치에 이어, 지난해 이보다 더 큰 10인치 화면이 달린 AI 스피커 '에코쇼'를 출시했다. 화면으로 아마존 상품을 구입하거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미국 인터넷기업 구글 역시 7인치 화면의 AI 스피커 '구글 홈 허브'를 내놨다. 페이스북은 7명과 동시에 영상통화가 가능한 AI 스피커 '포털'을 지난해 선보였다.

기업들이 '보는' AI 스피커를 속속 내놓는 이유는 정보 검색 트렌드가 이제 단순한 텍스트나 음성보다 동영상 정보를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또 쇼핑이나 금융 서비스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데 용이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화면을 탑재하면 이용자들은 홈쇼핑 TV에서처럼 물건을 직접 눈으로 본 뒤 구매할 뿐 아니라, 결제 명세표와 잔액 확인, 주식 거래도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계속되는 진화로 AI 스피커 시장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은 세계 AI 스피커 시장이 지난해 26억8000만달러(약 3조원)에서 2023년에는 117억9000만달러(약 14조원)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