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에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인 '오픈서베이'로 첫 창업을 성공으로 이끈 김동호(사진)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5년 뒤 한국신용데이터를 세우며 두 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결과는 첫 창업보다 더 성공적이었다.

한국신용데이터의 대표 서비스인 ‘캐시노트’는 중소사업자를 위한 매출 관리 서비스로, 사업자가 자신의 매출 내역이나 세금 계산서, 고객 리뷰 등을 간단히 카카오톡 알림 서비스로 제공받을 수 있다. 이같은 간편함은 회계가 익숙지 않은 개인사업자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캐시노트는 올해 5월 기준으로 가맹점이 27만개에 달하며 관리 매출액은 65조원에 이른다.

가입자수가 급격히 늘면서 한국신용데이터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벤처캐피털(VC)을 비롯해 대형 금융사들의 투자도 이어지면서 현재 누적투자유치액도 100억원을 훌쩍 넘어섰고, 파트너십을 제의하는 국내 카드회사 등 금융회사들이 줄잇고 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대성공이었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드물게 두 번의 창업 모두 홈런을 쏘아 올린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가 성공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해 내놓는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리서치’였다. 물론 단순한 리서치는 아니다. 50년 전 신문기사를 찾아볼 정도의 집요함과 시계열에 따라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데이터를 파악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생각해보는 통찰력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50년전 신문기사도 포털을 통해 쉽게 찾아 볼 수 있거든요. 어느 날 과거 기사를 보다가 2000년쯤부터 우리나라에 개인신용정보를 취급하는 회사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당시의 개인 신용평가 방법이 그대로 지금도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네 명 중 한 명꼴이 개인사업자인데, 정작 이들에 대한 데이터가 거의 없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래서 이들의 매출 관리를 해주면서 데이터를 모아보자는 것이 ‘캐시노트’의 시작이었습니다."

개인사업자들이 캐시노트를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간편함 때문이다.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할 필요도 없이 매출관리나 분석 등 자영업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복잡한 회계 업무를 한눈에 파악해 분석해서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 형태로 알려주기 때문에 시간, 인력이 부족해 회계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중소 사업자들 입장에는 필수 앱으로 자리 잡게 됐다.

급격히 불어나는 가입자 수와 함께 한국신용데이터는 스타트업으로서는 드물게 특별한 위치를 점유하게 됐다. 그동안 제대로 된 데이터 인프라가 없었던 개인사업자, 소상공인 등 오프라인 카드가맹점의 매출, 결제 정보가 한국신용데이터를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하면서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엿본 금융회사들이 한국신용데이터에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김 대표는 "가맹점 수가 20만개를 넘어서면서 주변에서 한국신용데이터를 보는 시각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고 강조했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창업한 지 3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의 발판을 마련한 김동호 대표는 이제 회사의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는 캐시노트를 통해 개인사업자들의 매출 관리를 넘어서 매출을 늘려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며 "사업자들의 고민 중 가장 기초적인 ‘들어올 돈’, ‘나갈 돈’ 등 현금 흐름에 대한 것이 해결이 됐으니 이제 우리가 받은 데이터를 통해 사업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파트너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데이터가 있으면 재밌는 비즈니스가 많이 생긴다. 특히 세금계산서를 한국신용데이터를 통해 관리하면 사업자들이 어디서 뭘 사는지 알게 되는데, 가령 고깃집 사장이 A축산에서 항정살을 얼마에 샀는데,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 등을 제시할 수 있게 되고 결제 정보를 통해 단골손님들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자동화된 방식으로 도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업체들과의 파트너십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가게에 매출이 어느 정도이며 얼마나 성장했고, 단골 고객의 비율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등의 정보는 알아내기 쉽지 않다"며 "가령 단골 비율이 40~50% 수준이 되는 업체는 굉장히 안정성이 높다고 봐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신용평가 영역에서 그동안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회사가 확보하는 데이터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이 사업이 단순히 수만명이 쓰다가 끝나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새로운 확장성을 갖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정보 인프라를 토대로 개인사업자들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고 더 전략적인 마케팅을 지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가 함께 이길 수 있는 포뮬러(공식)를 곧 찾아낼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