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는 3기 신도시 추가 발표로, 지방에서는 미분양 우려로 주택 구입 심리가 요동치고 있지만 행정수도 세종시 아파트는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이전하면서 생긴 주택 수요라는 분석도 있지만, 투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통계청 인구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가장 최신 통계인 2017년 말 기준 세종시의 인구 수는 약 27만6600명, 주택 수는 11만6300가구다. 가구당 주택보급률은 111.5%로, 경북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그래도 세종시의 아파트값은 꾸준히 상승세를 그렸다.

한국감정원의 집계가 시작된 2012년 11월 말부터 이달 6일까지 세종시의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각각 11.6%, 8.3% 올랐다.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방 아파트 매매가 평균상승률(4.5%)을 큰 폭으로 웃도는 반면, 전세가격 상승률은 지방 평균(10.5%)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난다.

법원 경매 동향을 봐도, 올해 4월 세종의 경매 낙찰가율은 100.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경매에 내놓은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이더라도 낙찰받는 수요가 많았다는 뜻이다. 평균 응찰자 수는 세종(6.3명)이 대구(6.5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의 장근석 데이터센터 팀장은 "낙차가율이 높다는 것은 해당 물건의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감정가를 넘는 가격에도 낙찰을 받는 것"이라면 "다만 다른 지역에 비해 규모가 작은 세종은 경매에 나오는 물건 자체가 적기 때문에 몇 건의 낙찰가율만으로 전체 평균 낙찰가율이 오락가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보급률이 높은 데도 세종시 분양 열기기는 여전히 뜨겁다. 국토교통 통계누리의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분양률을 보면, 96.9%로 떨어진 2015년 4분기를 제외하면 세종시는 꾸준히 98~100%에 달하는 초기분양률을 기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관계자는 "초기 분양 때 남은 물량이 준공 때까지 조금씩 분양되는 경우도 있지만, 인기가 있는 지역은 이 기간(분양일로부터 3~6개월) 안에 100% 분양된다고 보면 된다"며 "아파트 분양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분양된 민간 아파트인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2 1-5생활권 H5블록’의 경우, 일반분양 물량에 기타지역 거주자가 많게는 1000명 단위로 청약했다. 전용면적 84㎡A형은 21가구를 분양하는데 기타지역 거주자 1455명이 청약했다. 같은 물건을 청약한 해당지역 거주자(700명)의 두 배에 이른다.

주변 지역에서 세종시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수요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이사하기보다, 대전 구도심과 주변 지역 인구를 흡수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종시 조성을 담당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도 최근 아파트 청약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세종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직원에게 할당하던 특별공급 비중을 줄이고, 2주택 이상 보유자의 특별공급 청약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청약제도를 개편하겠다고 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실수요가 아닌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가능성과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이 계속된 데 따른 조치다.

행정수도 세종시는 2012년 7월 공식 출범했다. 현재까지 조성된 부지는 모두 9개 생활권으로 나뉘는데, 이 중 가장 마지막으로 건설되는 2-4생활권 잔여 부지가 올해 12월 준공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