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원자력발전소)이용률은 원전의 안전 운영과 관련된 것이지 정부의 에너지전환(탈원전) 정책과 상관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한국전력(015760)공사가 올 1분기에 6299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올 1분기 원전이용률이 75.8%로 지난해 1분기(54.9%) 대비 20%포인트 이상 높아져, 탈원전이 한전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해명에는 모순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85%까지 갔던 원전이용률이 여전히 낮은데다, 싼 에너지원(원자력·석탄) 대신 비싼 에너지원(가스·신재생에너지)을 쓴 것이 한전의 적자를 부추겼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는 "원전 1기가 하루를 놀면 한전이 10억원씩 손해를 본다"며 "원전이용률이 1% 달라질 때마다 한전의 손익 차이는 크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한전의 적자와 정부의 에너지전환(탈원전) 정책은 무관하다고 했다. 사진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는 모습.

◇ 전력가격 상승 주범은 ‘LNG’…원자력·석탄 밀어내

한전은 이날 "큰 폭의 원전이용률 개선에도 불구하고, 국제 연료가 상승으로 민간 발전사로부터의 전력구입비가 증가한 것이 영업손실 증가의 주요인"이라고 했다. 올 1분기에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이와 연동하는 발전용 LNG(액화천연가스) 가격도 높아졌다. LNG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력시장가격(SMP)은 지난해 1분기 킬로와트시(kWh)당 94.7원에서 올 1분기 110원으로 16.1%가 올랐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LNG의 정산단가는 117.1원/kWh으로 원자력(58.2원)의 2배 수준이며, 유연탄(70.7원)보다 65%가 비쌌다. 만약 한전이 비싼 LNG 대신 값싼 원자력·석탄으로 생산한 전기를 많이 사들였다면 대규모 적자를 막을 수 있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2017년 말 정부가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자력과 석탄이 철저히 배제되면서 LNG가 원자력·석탄을 대체하게 됐다"며 "불과 2년 전 분기 영업이익이 1조4000억원(2017년 1분기)을 웃돌던 에너지 공기업이 천문학적 적자를 내는 부실 기업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 정부 "전기요금 인상 검토 안 한다"…한전은 산업용 요금 인상 주장

정부는 2022년까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날 "전기료 인상은 (한전의) 1분기 실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요인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전기료 인상을 검토하는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해 4월 취임 후부터 줄곧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산업용 경부하(심야) 요금이 원가에도 못 미치고 있어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산업조직학회에 따르면 2016년 용도별 전기요금 원가 회수율은 산업용이 114.2%로 가장 높다. 주택용은 106.9%, 교육용은 74%, 농사용은 42.1% 수준이다.

정범진 교수는 "독일 등 선진국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을 가정용에 전가시켰다"면서 "여론을 의식해 가정용 전기요금 상승은 이야기하지 않고,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만 강조하는 것은 경제적인 계산이 아니라 정치적인 플레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