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백화점의 실적이 올해 들어 주춤하다. 명품과 생활가전은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명품을 제외한 일반 잡화·소비재의 판매 부진으로 1분기(1~3월) 매출과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치거나 도리어 감소했다.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는 올해 부실 점포를 정리해 효율성을 높이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국내 백화점 매출 1위 점포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은 올해 1분기 매출이 77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감소했다. 해외패션(명품 포함)과 생활가전 매출은 각각 14.2%, 14.9%씩 성장했으나, 국내 점포 매출은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평창 라이선싱 관련 일회성 직매입 비용(451억원)이 발생한 데다가 지방중소형 점포가 부진한 영향이 크다. 판관비 절감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10.9% 늘어난 1588억원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부실 점포를 정리하고 핵심 점포는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먼저 지난 2월 영플라자 대구점과 인천점, 안양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연말까지 수익성이 부진한 지방 중소형 점포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백화점 구조조정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내년쯤에야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지난해 말 개점한 면세점의 영업손실 규모가 확대되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26.9% 줄어든 751억원으로 집계됐다. 시내면세점 영업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 비용과 개장 초기 광고판촉비 증가로 면세점에서만 41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1분기 매출은 명품과 리빙, 생활가전의 성장에 힘입어 5120억원으로 15.3% 증가했다.

올해도 천호점과 김포점 증축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늘고 2020년 여의도 신규점도 문을 열 계획이라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현대백화점의 실적은 면세점 사업이 얼마나 적자 폭을 빠르게 줄여나갈 수 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사업을 통한 신규 성장성 확보는 긍정적이지만, 당분간 면세점 적자가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9%, 9.9% 줄어든 3750억원, 533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치만 보면 부진해 보이지만, 올해 1월 인천점 철수와 온라인 통합법인 ‘SSG닷컴’ 출범으로 온라인 부문이 분리된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VIP 고객을 중심으로 명품 부문이 21% 이상 성장하면서 대형 점포의 성장을 이끌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천점을 제외한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은 5.4%를 기록했으며, 대형 매장 상위 6개점의 비중이 75%에 달했다"고 했다.

루이비통이 지난 3월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에 개장한 남성 전용 매장.

앞으로 이커머스(온라인 쇼핑몰)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백화점 3사는 도심 대형 점포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온라인 부문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은 중저가 중심의 이커머스와 차별화, 명품과 식품관 등에 초점을 맞춘 체험 공간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롯데백화점은 매출 1위 점포인 서울 소공동 본점을 2022년까지 4년간 재단장한다. 롯데백화점 측은 본점의 식품과 리빙, 명품 입점 브랜드를 늘리고 체험형 공간을 확대해 혁신적인 유통 공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는 2020년 여의도에 들어설 현대백화점에는 아마존의 무인 자동화 매장 기술이 적용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여의도점은 드론 배달,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유통매장’이 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