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올해 3월 가정용 식기세척기를 내놓으며 7년만에 관련 시장에 다시 진출했다. 2013년 이후 첫 신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LG전자 디오스 식기세척기의 첫인상은 와인셀러를 연상시킨다. 세척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전면을 투명하게 만들었던 과거와는 180도 다르다. LG전자 관계자는 "출시 직후 진행한 주부 블로거 대상 행사에서 세탁기 같던 예전 식기세척기와 달리 가구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LG전자가 7년만에 내놓은 신제품 디오스 식기세척기.

LG전자의 가전 맞수 삼성전자 또한 2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 12일 소형 식기세척기를 내놨다. 이 제품은 기존 표준 용량인 12인용보다 작은 8인용이다. 디자인은 김치냉장고나 수납장 같아 싱크대·부엌 가구와 일체감을 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방이라는 공간에 어울리도록 세척하는 모습은 가리고, 다른 주방 기기들과 위화감이 없도록 디자인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생활가전 강자 쿠쿠 또한 13일 첫 식기세척기 ‘마시멜로’를 내놨다. 이 제품은 하얀색 곡선형 디자인에 3인용 소용량으로 20·30대 1인가구를 노린다.

생활가전 기업들이 식기세척기 시장에 연달아 뛰어들고 있다. 맞벌이·1인가구 증가로 가사 노동 시간을 덜어주는 신(新)가전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블로거 대상 행사에서 ‘주부님들 왜 아까운 시간을 설거지하는 데 쓰시냐’는 농담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며 "가사 노동 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소비자가 욕구가 상당한 만큼, 올해를 기점으로 식기세척기도 건조기 등 신 가전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 세척력 개선한 요즘 식기세척기… 올해 판매량 훌쩍 뛰어

1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2017년 7만대 선이던 국내 식기세척기 판매량은 지난해 10만대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4만7000여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참전으로 성장세가 커져 올해 식기세척기 총 판매량이 20만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식기세척기 인기 배경엔 개선된 성능이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식기세척기는 기름때나 눌러붙은 냄비·밥풀을 제거하지 못해 결국 다시 한 번 손 설거지를 해야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며 "최근 신제품들은 기술을 개선해 손 설거지보다도 깔끔한 세척이 가능하고, 물·전기 사용량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각사는 각종 실험을 통해 식기세척기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부산대학교 감각과학연구실 이지현 교수팀과 함께 ‘식기세척기와 손 설거지 비교 행동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식기세척기의 세척력은 손 설거지보다 약 26% 더 뛰어났다. 물 사용량은 손 설거지의 10% 가량에 불과했고, 잔류 세제 또한 없었다. 삼성전자는 "식기세척기 1회 사용에 드는 전기료는 84원"이라며 전기세 걱정이 없음을 알리고 있다.

◇ B2B에서 B2C로… 보급률 15% 불과해 성장성 무궁무진

국내 식기세척기 시장 왕좌(王座)는 SK매직이 차지하고 있다. SK매직은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식기세척기 분야에서 17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가전업계는 지난해 기준 SK매직의 시장점유율을 68%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2위는 LG전자로 추정 점유율은 17%선이다. 나머지 15%가량을 삼성전자와 외국계 등이 나눠갖고 있다.

그간 식기세척기 시장은 B2B(기업간거래) 빌트인 제품을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그러나 올해부턴 일반 소비자용 제품 출시가 이어지며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B2B에 주력하던 LG전자(066570)가 일반 소비자용 제품을 내놓고, 삼성전자(005930)또한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이들 기업이 식기세척기가 ‘필수가전’이 될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가전업계는 식기세척기의 낮은 보급율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는 국내 가정의 식기세척기 보급률을 15%선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식기세척기가 보편화 된 북미·유럽의 보급률은 80%를 웃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보급율이 턱없이 낮던 건조기가 몇년새 표준가전이 되며 시장이 크게 성장한 만큼, 식기세척기도 표준가전화 된다면 무한한 성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