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군림했던 미국 우버가 1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첫날부터 주가 폭락으로 쓴맛을 봤다. 주력 사업인 차량 공유·호출 산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부각된 탓이다.

우버는 당초 상장 이후 시가총액(주가와 주식 수를 곱한 금액)이 1200억달러에 육박하며 2012년 페이스북, 2014년 중국 알리바바에 버금가는 거대 IPO(기업 공개)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상장 직전 확정된 공모 주가는 주당 45달러로, 시가총액은 824억달러(약 97조원)에 그쳤다. 여기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투매했고, 주가는 7.62% 하락했다. 장 마감 이후 시가총액은 697억달러였다. 실제로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0억달러 이상으로 상장한 기업 중 첫날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던 곳은 18개뿐이었다. 이 중에서도 우버는 여덟째로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우버 이사회의 라이언 그레이브스(오른쪽) 이사가 상장 기념으로 종을 망치로 치고 있다. 그레이브 이사 바로 옆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이는 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다. 우버는 이날 뉴욕 증시 상장 행사에 우버의 초기 임직원과 장기 근속 운전자들을 초청했다.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은 공식 석상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상장 행사에는 참석했다.

IT(정보기술) 업계와 외신들은 "차량 공유·호출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우버의 상장 성적은) 손실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는 10일 "우리는 단지 1년 뒤가 아닌 3년, 5년 뒤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수익성 의구심 키운 우버

우버는 2009년 트래비스 캘러닉과 개럿 캠프가 창업했다. '차량 공유(ride-sharing)' 산업을 만들며 세계 교통 시장을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택시나 버스 외에 일반인의 승용차를 앱으로 호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현재 우버는 세계 63국, 700여 도시 이상에 진출했고, 누적 운행 건수도 100억건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음식 배달 서비스(우버 이츠), 화물 운송 서비스(우버 프레이트), 전기 자전거·스쿠터 이용 서비스로도 사업을 확대 중이다. 우버의 월평균 이용자 수는 91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주식 시장은 확인된 성장성 대신 불투명한 수익성에 더 관심을 쏟았다. 우버의 상장 서류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3년간 100억달러가 넘는 누적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시장 확대를 위해 치열한 저가 경쟁을 벌이면서 손실이 쌓인 것이다. 중국·동남아 등에서는 현지 업체인 디디추싱·그랩 등에 밀려 사업을 매각하거나 철수했다.

우버의 미국 경쟁사인 리프트의 상장 성적표가 낙제점이라는 점도 우버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리프트는 당초 공모가가 주당 72달러였지만, 현재 주가는 이보다 29% 하락한 51달러에 불과하다. 우버가 미·중 무역 전쟁의 한가운데서 상장한 것도 주가 하락의 이유로 꼽혔다. 미·중 무역 협상이 결렬되면서 미국 S&P500지수는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하다가 10일에는 0.37% 소폭 상승했다.

◇돈방석 앉은 창업자들… 미래는 자율주행차 성공에 달려

IT 업계에서는 우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차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고 본다. 운전자들에게 운임을 지급하는 현행 차량 공유·호출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우버는 구글의 자율차 계열사인 웨이모, GM의 자율차 자회사인 크루즈 오토메이션에 뒤처진 상황이다. 우버는 지난달 자율주행차 부문만 따로 떼어내 1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도 대부분 자율차 부분에 투자해 기술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승객·화물·음식 등 모든 것을 운송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주가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한편 우버의 상장으로 돈방석에 오른 이도 많다. 우버의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의 지분 가치는 48억달러가 넘고, 공동 창업자인 개럿 캠프도 34억달러의 주식 부자가 됐다. 초기에 투자한 퍼스트라운드 캐피털은 2010년 5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가치 25억달러를 손에 쥐었다. 수익률이 5000배다. 반면 소프트뱅크·도요타 등 비교적 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은 아직 큰 이익은 보지 못했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