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한국 초·중·고의 90%가 사용
대만 보급률 34%…해외도 공략
교사 잡무 줄여 교육의 질 높여

‘① 색연필 가져오기 ② 학급 친구들 이름 외우기 ③ 알림장 매일 가져 오기’

선생님과 부모님의 확인 사인을 받아 매일 책가방에 넣어 다니던 알림장 공책은 이제 교실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 빈자리를 교육용 플랫폼 업체들이 채운다. 그중에서도 전국 초·중·고등학교 90%가 도입한 클래스팅의 활약이 압도적이다.

클래스팅 서비스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학생·교사·학부모의 소통 창구를 모바일과 웹으로 옮겨놓은 ‘교육용 소셜 플랫폼’이다. 교사가 클래스팅 플랫폼에 ‘클래스’를 만들어 학생과 학부모를 초대하면 이 안에서 알림장·설문 등을 포함한 행정 업무는 물론, 숙제 풀이와 검사, 진로 상담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교실 안에서 이뤄지는 일 대부분을 책임지는 셈이다. 지금은 비슷한 서비스가 많이 생겼지만, 2013년 창업 당시 혁신적 서비스로 돌풍을 일으켰다. 경쟁 서비스인 구글 클래스룸은 2014년에야 나왔다.

교육대학 출신 초등학교 교사였던 조현구 대표가 스타트업 창업자가 된 계기도 생각보다 평범했다. 대구교육대학 컴퓨터교육학과 03학번으로 교육 기술을 꾸준히 연구했지만, 실제 교실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고 한다. 배웠던 기술이 현장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고 있었다. 이후 조 대표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반에서 쓸 요량으로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렇게 단순하게 시작된 앱은 옆 반으로, 위 학년으로, 주변 학교로 퍼지며 사용자가 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엔 창업을 안 하고 버텼지만,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서버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면서 "서버 비용을 벌기 위해 결국 창업하게 됐다"며 웃었다.

조현구 인천동방초등학교 교사, 대구교육대 컴퓨터교육학 학사, 서울교육대 컴퓨터교육학 석사

국내 관련 시장을 평정한 클래스팅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에만 미국·호주·대만·일본의 학교 현장을 돌아다니며 해외 사용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 학교를 찾아다니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종일 운전만 한 적도 있다. 조 대표는 인터뷰 전날에도 일본 출장을 다녀오다 허리를 다쳤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직전 진통주사를 맞고 오느라 5분 늦었는데, 늦게 도착한 것을 무척 미안해했다. 한국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공교육 스타트업 업계를 이끄는 조현구 클래스팅 대표를 4월 24일 서울 테헤란로 위워크에 있는 클래스팅 사무실에서 만났다.

클래스팅이 최근 출시한 AI 학습 서비스 ‘클래스팅 AI’의 화면.

일반인은 잘 몰라도 ‘학부모라면 다 아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학교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유료화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모바일 알림장’ 서비스는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다. 클래스팅은 여기에 양방향 소통을 강화한 소셜 플랫폼 기능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차별성있는 서비스로 이용률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었다. 다행히 초창기 입소문을 통해 서비스가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 학교 단위 기준 90% 이상, 교사 단위 기준 50% 정도가 클래스팅을 쓰고 있다."

클래스팅의 목표는 무엇인가.

"공교육을 혁신하는 것이다. 교사들은 클래스팅을 이용해 학급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교사가 학기 초에 ‘클래스’를 만들어 학부모와 학생을 초대하면, 이 안에서 알림장, 체험·현장학습 사진 업로드, 교실 내 커뮤니케이션 등이 이뤄진다. 경쟁 서비스 가운데 유일하게 학급 설문 조사나 학부모 서명받기 등 양방향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또 교사는 12만 개 무료 콘텐츠와 제작 도구를 이용해 자료를 만들 수 있고, 자동 채점 기능을 이용해 시험 결과를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사들은 ‘시간’을 벌 수 있다. 교사들이 잡다한 행정 업무에 쓰는 시간을 아껴 학생에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그럼 돈을 어디에서 버나. 광고인가.

"물론 클래스팅 플랫폼에 학부모 타깃의 광고가 붙기는 하지만, 광고가 수익 모델의 전부는 아니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려 한다. ‘클래스팅 AI(인공지능)’라는 머신러닝 기반의 교육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학생의 학습 수준을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학생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방식이다. AI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 데이터다. 클래스팅 앱으로 쌓은 질 좋은 활동 데이터 덕분에 국내외 시장에서 매우 반응이 좋다. 해외 시장에도 집중하고 있다. 한국 학교에는 무료로 클래스팅 앱을 보급하고 있지만, 해외 학교에는 이 서비스를 기본형과 프리미엄형으로 나눠 내놓았다. 미국·영국·호주 등 개별 교육청에서 먼저 도입 문의를 할 정도다. 현재 해외 25개국 1680개 학교에 클래스팅이 도입됐다."

AI 학습 서비스를 학교 대상으로도 파는 것인가.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 시도하고 있다. 작년 11월 학교 대상으로 ‘클래스팅 AI’를 판매했는데, 생각보다 꽤 많은 학교에서 서비스를 구입했다. 다만 완전한 시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무슨 뜻인가.

"한국 교육 시장 규모가 22조원이다. 그런데 이 시장은 사교육 시장만을 말한다. 다시 말해 공교육 시장은 아예 형성조차 안 돼 있다는 뜻이다. 공교육 시장에 진출한 스타트업은 클래스팅이 유일하다. 한국은 학교가 필요한 것을 시장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서비스를 만들어 학교에 제공하는 형태다. 그래서 공교육 분야에서는 에듀테크 시장 자체가 형성될 수 없는 구조다. 학교에서도 ‘나라에서 공짜로 주는데 왜 돈을 주고 민간 제품을 사느냐’ 하는 인식이 있다. 한국에 좋은 기술과 이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많은데, 이들의 타깃이 사교육 시장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 교사 출신으로서 무척 안타깝다. 공교육 분야에 민간의 첨단기술이 더 투입되고 많은 업체가 생겨 서로 경쟁하면, 교육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 텐데 아쉽다."

한국의 교육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 새롭다. 현지를 어떻게 공략했나.

"지금 집중하고 있는 시장은 대만이다. 공교육 시장 상황과 교육열이 한국과 가장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대만 1330개 초·중·고등학교가 클래스팅을 도입했다. 전체 학교의 34%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 방식과 똑같이 현지에서도 주 이용층인 교사들에게 먼저 서비스를 사용해보도록 해서 확산시키는 전략이다."

구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비슷한 서비스 ‘구글 클래스룸’이 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클래스팅의 강점은 무엇인가.

"클래스팅은 ‘교사가 쓰기 편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국내외 사용자 의견을 종합해봤을 때, 경쟁사 서비스와 확실히 차별화된다. 구글 클래스룸은 기업용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구글 지스위트(G-Suite)’를 교육용으로 쓸 수 있게 변형한 서비스다. 현장에서 서비스를 쓰게 될 교사 편의성에 초점을 두고 교육 시장만을 연구해 만든 클래스팅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클래스팅은 학급 내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교육용 소셜네트워크(SNS)라고 보면 된다. 물론 미국과 영국·호주 등 선진국들은 한국과 달리 공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교육산업이 발달해 있고 관련 에듀테크 업체도 많다. 그런데도 클래스팅이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것은 교사가 쓰기 편하다는 측면에서 다른 어떤 서비스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교사 편의성이 향상될 수 있었던 핵심은 클래스팅에 도움을 주는 현직 교사들에게 있다. 교사 20명으로 구성된 에듀랩, 140명의 앰버서더, 800명의 자문단을 두고 있다. 각자 역할이 다르다. 자문단은 클래스팅 서비스 개선점, 건의 사항 등을 자유롭게 플랫폼에 올린다. 회사에서도 여기에 피드백을 해준다. 클래스팅은 서비스를 잘 활용하는 교사를 따로 모아 관리하는데, 그들이 바로 앰버서더다. 새로 클래스팅을 도입하려는 학교가 강연을 신청하면 앰버서더를 강연자로 투입한다. 마지막으로 자문단 역할을 더 키운 것이 에듀랩이다. 에듀랩은 클래스팅 서비스의 기획 단계에 참여하는 교사 연구 집단이다. 최근 에듀랩에서 100쪽 넘는 교육 관련 논문도 냈다. 모두 교사들의 자원으로 구성됐다. 교육 기술을 개선하겠다는 열정을 가진 교사들이다. 두 번째는 학생들이 쌓은 데이터의 양과 질이다. 교사와 학생 모두가 쓰기 쉽게 만든 덕분에 활동 데이터가 많이 쌓일 수 있었다. 사용하기 어려운 서비스는 외면받는다. 학생들도 교사가 시키는 숙제 제출용으로만 서비스를 쓴다든지 하는 식이 되기 쉽다. 그러면 데이터가 쌓이지 않고 쌓이더라도 데이터의 질이 떨어진다. 반면 클래스팅에 쌓인 사용자 데이터는 경쟁사보다 훨씬 많은데다 질도 좋다. 그만큼 연구 거리가 많은 것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삼성벤처스, 산업은행, 싱가포르 미슬토 등 쟁쟁한 투자자들로부터 총 14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수익을 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밀려오지 않나.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투자자들도 우리 비전을 믿고 투자한 것인 만큼 좀 더 기다려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도 클래스팅 같은 기업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더 큰 변화를 끌어내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투자자에 대한 책임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재무적 성과도 나고 있다. 지난해, 창업 6년 만에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3월부터는 흑자로 전환했다."

아이들이 있나.

"세 살, 다섯 살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학교를 최대한 좋은 환경으로 만들고 싶다. 지금 2년 남짓 남았는데, 마음이 급하다. 내 꿈은 혁신 학교, ‘클래스팅 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대표적인 혁신 학교로 꼽히는 미국 퀘스트투런이나 칸랩스쿨은 모두 예산이 풍부하다. 맥아더재단, 빌게이츠앤드맬린다재단 등 쟁쟁한 곳으로부터 후원을 받는다. 그래서 학생들을 위한 질 좋은 맞춤형 교육을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 내가 꿈꾸는 클래스팅 학교는 공립학교와 똑같은 규모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학교다. 이 예산으로 클래스팅이 만드는 에듀테크 기술을 활용해 아이를 교육하고 싶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의 만족이 목표다. 예컨대 클래스팅 AI를 도입해 개인 맞춤형 교육을 하고, 클래스팅 에듀테크 기기를 이용해 토론 수업을 하고 체험학습을 하는 식이다. 학생 활동이 모두 그대로 데이터로 남게 된다. 이 데이터를 입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현재의 대학 입시 방식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공교육이 클래스팅 학교 운영을 보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

◇Keyword

퀘스트투런(Quest to Learn)·칸랩스쿨(Khan Lab School) 퀘스트투런은 2009년 뉴욕시 교육청과 온라인 교육 개발 비영리단체인 인스티튜트오브플레이(Institute of Play)가 맨해튼에 설립한 중·고등학교다. 학교 이름에서 보듯 학생들은 게임 속 캐릭터가 미션을 수행하는 것처럼, 수학자·역사학자·물리학자가 돼 문제를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협동심, 역할 수행력, 문제 해결력 등을 기를 수 있다. 칸랩스쿨은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문을 연 5~12세 대상의 개인 맞춤형 교육기관이다. 온라인 무료 강의 서비스로 유명한 칸아카데미가 설립했다. 학년 구분 없이 학생 수준에 맞춰 과제를 부여하고 성취 수준에 맞춰 평가한다. 혁신 학교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히는 두 학교는 맥아더재단, 빌게이츠앤드멜린다재단 등 미국의 많은 단체의 후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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