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KFC, VR 게임으로 주방 교육
포스코도 에듀테크 적극 활용
휴넷, 경영시뮬레이션 제작도

푸른 점퍼에 하늘색 셔츠를 걸친 흑인 여성이 안경이 부착된 흰색 헤드셋을 쓰고 헤드셋에 연결된 유선 케이블의 버튼을 누른다. 그녀는 월마트의 신입 직원 샌드라다. 샌드라가 버튼을 누르자 그녀의 눈앞에 가상현실(VR) 화면으로 구성된 월마트의 매장이 나타났다. 샌드라는 컨트롤러 버튼을 누르면서 매장에서 고객이 고른 물건을 계산하는 업무, 쌓여 있는 물건을 종류별로 나누는 업무 등을 실제 상황처럼 느끼며 가상 매장 체험 교육을 받았다.

월마트가 VR을 활용해 신입 직원을 교육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공개한 유튜브 영상이다.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200여 개의 교육센터를 두고 VR을 이용해 매년 14만 명의 직원에게 이 같은 직무교육을 한다.

월마트의 신입 직원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 매장 체험 교육을 하고 있다.

월마트처럼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 로봇 등 첨단기술을 이용한 교육을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또 ICT(정보통신기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전문기술을 직접 가르치는 기업도 있다.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에듀테크’를 기업 현장에 접목하고 있는 것이다.

에듀테크를 직원 교육에 활용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는 미국의 패스트푸드 기업 KFC다. 이 회사는 직원들이 주방에서 햄버거 등을 만드는 작업 과정을 VR 게임으로 만들었다. 대표적인 메뉴를 5단계로 설정해놓고 이 메뉴의 요리 과정을 VR 환경에서 완전하게 숙달해야 갇혀 있던 주방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게임이다. 글로벌 물류 업체 UPS도 VR을 이용해 직원을 교육한다. 신입 직원은 VR 자동차 운전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VR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의 도심 환경에서 운전한다. VR 운전 상황에서 어린이나 동물이 갑자기 나타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안전하게 대응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목적이다.

국내 기업들도 VR을 활용한 다양한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 기업은 포스코다. 직원들이 VR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의 포항제철소 내부를 들여다본다. 가열로, 압연공정, 내부 환기 시스템 등 제철소의 주요 작동 원리를 3D 영상으로 배운다. 설비를 점검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영상에는 설비 점검을 담당하는 직원이 영상에 나타나 점검 매뉴얼을 안내하기도 한다.

기업 내부에서 필요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인력을 직접 양성하는 기업도 있다. 물류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아한형제들은 매년 애플리케이션(앱)과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해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우아한 테크 캠프’를 2개월 과정으로 진행한다.

우아한 테크 캠프에서는 iOS(애플의 운영체제)를 이용한 프로그래밍, 웹 브라우저 개발 등 컴퓨터 개발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배울 수 있다. 우아한 테크 캠프를 도입했을 때는 대학생만 대상으로 했지만 현재는 참여 대상에 자격 제한이 없다. 또 캠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참가자에게는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할 기회가 주어진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우아한 테크 캠프는 우아한형제들의 신입 개발자 공채와 연계된다"며 "작년 참가자 중 15명이 입사해 현재 근무 중"이라고 했다.

◇삼성 계열사, 에듀테크로 3000억원 매출

한편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들이 에듀테크를 활용하기 시작하자 에듀테크 서비스만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대표적 에듀테크 기업은 삼성인력개발원에서 분사돼 설립된 멀티캠퍼스다. 삼성SDS가 최대 주주, 삼성경제연구소가 2대 주주인 멀티캠퍼스는 2017년 20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18년에는 2400억원(전망치)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매출액은 3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현재 1만5000개의 기업(학습 인원 기준 180만 명 안팎) 임직원들에게 에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절반은 삼성그룹 계열사이지만 나머지는 삼성과 관계없는 기업들이다.

각 기업들을 위해 소속 직원들만 접속해 사용할 수 있는 특화된 인터넷 교육 사이트를 제공하고 있고, VR 장비 등 교육기기 등도 대여한다.

멀티캠퍼스에서 제공하는 에듀테크 서비스 중 하나는 인공지능 스피커 클로바를 이용한 영어 학습 ‘톡 투 미 특급패턴 101’이다. 멀티캠퍼스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영어회화 강의를 수강한 후 실전에서 AI 스피커 클로바로 복습할 수 있다. 스피커에 "톡 투미로 다섯 번째 패턴 복습할래" "톡 투 미로 패턴 84번 롤 플레이 연습할래" 등의 명령어를 말하면 영어회화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AI스피커와 함께 복습할 수 있다. 권녹주 멀티캠퍼스 홍보마케팅그룹 차장은 "밀레니얼 세대 등 젊은층은 학습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방향적이 아니고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을 공유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기업들이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고객사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에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를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했다.

1999년 설립된 교육기업 휴넷도 에듀테크를 활용해 기업에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휴넷이 자체 개발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아르고’는 직장인들이 동료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인터넷 강의로 제공되는 사전 학습을 통해 경영에 대한 기본 개념을 습득한 후 강사, 동료들과 함께 최고경영자(CEO), 재무·인사·전략·영업 담당자 등 각자 역할을 분담해서 게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면에 인수·합병(M&A) 대상인 기업이 나타나면 이 기업의 영업이익·자산·부채·매출·자본 등 재무정보가 나타나고 ‘입찰하러 가기’ 등의 선택권을 제공하는 버튼이 제시되면 동료와 채팅을 통해 입찰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입찰에 성공하면 ‘인수계약서 쓰기’ 단계의 화면으로 전환되고 실제 인수계약서를 쓰는 업무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 휴넷 관계자는 "게임이 가진 재미 요소를 바탕으로 학습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교육 방식"이라며 "각종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영상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교육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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