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차량 기록에 대한 조작이 불가능해진다. 사진은 중고차 시장의 모습.

"가을에는 중고차 사지 마세요. 폭우 때 침수됐던 차들이 매물로 나옵니다."

지난해 소셜미디어(SNS)상에서 화제가 됐던 한 중고차 판매상의 양심 고백이다. 일부 중고차 판매상이 사고 이력을 숨기거나 주행거리를 조작하면서 '대표적인 레몬마켓'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레몬마켓이란 정보가 적은 소비자가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판매자에게 속아 물건을 살 가능성이 높은 시장을 뜻한다.

하지만 블록체인(분산저장기술) 기술이 중고차 시장을 탈바꿈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고차 시장에선 구매자는 판매자가 내놓은 중고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사고가 났어도 보험 처리 없이 부품만 교체했다면 이력이 남지 않는다. 차량 주행 기록 역시 손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자동차의 이력이 제조사부터 정비 업체·보험사·감독 기관 등에 분산 저장된다. 예컨대 보험 처리를 하지 않고 차를 수리해도 정비 업체의 수리 내역이 제조사·보험사·감독 기관에 공유돼 하나의 블록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주인이 정비사에게 부탁해 수리 내역을 삭제할 수는 있어도 모든 기관의 기록을 일일이 삭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프랑스 르노자동차는 싱가포르 블록체인 업체인 '비체인'과 손잡고 차량 제조 단계부터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이를 기록하고, 이후 유지·보수 과정에서도 해당 데이터를 활용해 이력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최근 개발했다. 두바이 도로교통국은 2020년까지 두바이의 모든 차량 이력을 기록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어 조만간 상용화될 예정이다. 현대오토에버는 블록체인 업체 람다256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중고차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나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